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조두순 집 앞 ‘의로운 유튜버’들···‘두순코인’ 탄다
  • 안정훈 기자
  • 등록 2020-12-14 17:53:52

기사수정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뒷짐을 진 채 나오고 있다. (사진=이영선 기자)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한 이종격투기 선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조두순을 찾아가겠다”는 등 응징을 예고했다.

 

사람들은 유튜버의 ‘사적제재’ 예고에 환호했다. 12년이라는 형량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사람들은 조두순이 받은 12년 형량이 부족하고, 따라서 추가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조두순 출소 당일, 수많은 유튜버들이 조두순의 집앞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조두순의 출소라는 부조리를 규탄했다. 일부는 “조두순을 거세하라”, “조두순을 사형시켜라” 등의 수위 높은 발언도 일삼았다.

 

그들이 과연 12년 전, 조두순이라는 범죄자가 저지른 악행에 분노해 거리로 나선 것일까. 세상에 의로운 유튜버가 이렇게나 많았을까.

 

유튜버의 정의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 유튜버는 지난 12일 오후 짜장면을 조두순의 집에 배달시킨 후 그 과정을 방송했다. 다른 유튜버는 그 모습을 보고 “이런 것까지 방송하느냐”며 싸우기도 했다. 다른 유튜버는 가스배관을 타고 벽을 오르다 적발됐다. 조두순 후송차에 올라탄 유튜버를 말리던 경찰관은 어깨 탈골 부상을 입었다.

 

지난 12일 경찰들이 조두순의 집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이영선 기자)

유튜버들은 조두순을 응징해야 한다는 이유로 카메라 렌즈를 주민들의 집으로 겨눴다. 가뜩이나 지역에 성범죄자가 왔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집 앞에서 기승을 부리는 유튜버들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겪고 있다.

 

조두순이 출소 후 국민들이 분노할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들은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형량 강화, 피해자 및 지역주민 보호 방안 강구 등 정부의 대응을 수차례 요구했다. 국가는 이를 외면하고 방조하다가 지난달 뒤늦게 대안을 내놓았으니, 작금의 상황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유튜버들은 그 틈을 교묘하게 노렸다. 부당한 현실에 ‘내가 대신 맞서주겠다’고 나서 정의감과 의협심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그 대가로 구독과 좋아요, 후원을 요구했다. 유튜버들에게 있어 조두순이란 하나의 콘텐츠에 지나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는 유행을 따라가 주목받는 것을 비트코인에 빗대 ‘○○코인 탄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유튜버들이 조두순의 집앞에 모이는 모습을 보고 ‘두순코인 탄다’고 표현하고 있다. 정의감에 의한 게 아닌, 자신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유튜버의 난동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비유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10월 초 수출입 모두 감소… 무역수지 5억 달러 적자 관세청이 13일 발표한 2025년 10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입 잠정 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한 130억 달러, 수입은 22.8% 줄어든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조업일수 감소(3.5일)로 인해 전체 수출입 규모는 줄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37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27.8억 달러) ..
  2.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첫 수출… 가스터빈 종주국 미국에 공급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첫 수출한다.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 가스터빈을 공급하며 한국 발전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와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 말까지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에너빌...
  3. 한국, 일본보다 AI 더 쓴다...‘한국 직장인 65% 이상 AI 경험’ 글로벌 문서 플랫폼 PDF Guru (https://pdfguru.com/ko)가 한국의 틸리온 프로, 일본의 Freeasy24와 협력해 한국과 일본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교 조사 결과, 한국이 AI 활용 경험과 학습 의지 모두에서 일본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인지도, 사용 경험, 활용 목적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한국이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Chat GPT(챗지피티)...
  4. 에쓰-오일 세븐 ‘피치스 런 유니버스’서 모터스포츠 팬 접점 확대 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의 엔진오일 브랜드 ‘에쓰-오일 세븐(S-OIL 7)’이 12일 열린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2025 피치스 런 유니버스’에 참여해 현장 관람객과 직접 소통했다고 밝혔다. 피치스 런 유니버스는 자동차 문화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Peaches.)가 주최한 행사로, 세계 최대 스포츠쇼인 F1(포뮬러원) 레이싱카 주행을 ...
  5. 구글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AI 혁신의 새로운 기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공개 구글 클라우드는 10일(현지 시간) 전 세계 모든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생산성, 고객 경험, 혁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를 공개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직관적인 제미나이 채팅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6가지 핵심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6. KB금융, 지난해 6조6545억원의 사회적 가치 창출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이 2일, 지난해 KB금융의 ESG 경영활동을 담은 ‘2024년 사회적 가치 성과 보고서’를 통해 총 6조6545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매년 ‘사회적 가치 성과 보고서’ 발간을 통해 고객, 주주 및 투자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KB금융의 사회적 가치는 비금융 부문인 사...
  7. IBK기업은행, 헝가리 개발은행과 중소기업 지원 업무협약 체결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 개발은행(MFB)과 ‘양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대외 통상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과 판로 다각화 지원을 위해 체결됐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접근성이 높은 거점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