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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지만 내일은 또다른 항공사가 구조조정 대상 될 것”
  • 이영선 기자
  • 등록 2020-11-17 15: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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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 "제 2의 이스타항공 사태 막겠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노조사무실에서 진행된 <서남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트항공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아내가 철탑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합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서남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근황을 묻자 담담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가족들이 반대했으면 (투쟁에) 나서지 못했을 거다. 응원해주고 있다”면서 “내 자식들에게는 정의로운 세상, 일한 만큼 대접받는 세상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이스타항공 노조)는 이스타항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7개월째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가족이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종국에는 노동자가 죽기를 각오하고 철탑에 올라가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이들을 더 두렵게 만든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10개월째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직원 급여 삭감 등을 제시하며 고통 분담을 감수하겠다고 사측을 설득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임금 삭감 등 고통분담 호소했지만 사측 외면"


이스타항공 해고 노동자들이 지난 4월 27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올해 2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이 시작됐다. 회사는 개점휴업 상태가 됐고 정리해고 소문이 돌았다. 제주항공과의 매각협상이 불발되면서 10월 중순 이스타항공은 60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중 350명은 승무원이고 박이삼 노조위원장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4월 14일 거리로 나섰다. 임금체불과 운항 재개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고통 분담을 감수하겠다고 사측을 설득했다.

 

노조는 두 달 쉬고 한 달 일하는 순환무급휴직 방식을 사측에 제안했다. 두 달 쉬는 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있으니 그것만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회사가 경영난으로 인해 유급·무급 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하면 국가가 인건비를 지원한다. 노조는 이를 위해 미납된 고용보험료 5억원이라도 납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고용보험료 납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여러 조건 중 하나 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사측이 고용보험료 5억원을 체납해 해고노동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게 됐다. 4대 보험료가 미납돼 대출도 안된다.

 

박 위원장은 “사측이 고용유지금이라도 받게 해줄 생각이 있었다면 체납된 고용보험료 5억원이라도 납부하고 나서 안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애초에 노동자의 고용유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개했다.


"10년 근속했는데 퇴직금도 못받고 해고된 동료도 있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위원장은 해고된 동료의 근황을 묻자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김대희 기자)

해고된 동료 직원들의 근황을 묻자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택배, 배달일로 내몰렸다. 일부 조종사는 지방 건설현장까지 내려갔다.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니 아프지 않을리가 없었다. 한번은 동료 노동자의 몸에서 파스 냄새가 진동했지만 차마 근황을 묻지 못했다. 박 위원장의 아내도 식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한 직원은 10년 동안 근속하고 퇴직금으로 결혼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해고를 당했다. 억울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올해 이스타항공 직원은 1680명에 달했다. 그중 98명은 희망퇴직했고 500여명이 퇴사를 선택했다. 605명은 정리해고됐고 회사에 남은 직원은 500명가량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직원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해고만 되지 않았을 뿐이지 오히려 일은 하는데 급여를 받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회사가 도산해 사업주가 임금 지급능력이 없어 정부가 대신 지급해주는 임금(채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해고되지 않는 노동자들은 그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월급 없는 고용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었지만 산 자, 죽은 자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산자가 더 고통스런 상황”이라며 “채당금이라도 받으려면 제 발로 나갈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제 2의 이스타항공 사태 막겠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철회 및 운항 재개를 위한 시만사회 공공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노조는 정부·여당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해결 의지가 없이는 제2의 이스타항공 사태가 또 일어날 것이라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태 해결을 위해 이상직 의원의 지분 헌납과 경영진 일선 후퇴, 항공산업 국유화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노조도 고통을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제2의 이스타항공 사태가 터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은 계속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정리해고를 당했지만 우리의 투쟁이 무너져버리면 이제는 마음 놓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며 “(다른 항공사도) 11월부터 무급휴직이 시작된다. 그러면 또 다른 이스타항공 사태가 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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