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길었던 100일, 고 문중원 기수 마침내 하늘의 별이 되어 밝게 빛나길...
  • 허지우 기자
  • 등록 2020-03-12 10:30:48

기사수정
  • “여덟 번째 문중원은 막자” 100일간의 투쟁
  • 문중원 기수 장례 치렀지만...싸움은 지금부터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 장례가 우여곡절 끝에 사망 100일을 넘겨서야 치러졌다. 


2019년 11월 29일, 주검 발견 유서로 마방심사 비리 고발 


지난해 11월 29일 고 문중원 기수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와 조교사 개업 심사 부조리, 마사회 부정 경마와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고인의 유서에는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모든 조교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 했다.”고 적혀 있었다. 


유서에는 또 조교사가 되고자 면허를 취득했지만 채용 비리 문턱에 막혔다는 내용도 있었다. 고인은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교사 면허를 받았지만 부조리한 선발 과정 탓에 마방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에게 먼저 주는 일이 있었다.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니 안 됐다'는 고백을 통해 조교사 개업 심사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밝혔다. 


유서가 공개되자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고인을 포함해 2005년부터 7명이 숨진 부경경마공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마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가 터져 나온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마사회는 조직 쇄신은커녕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만 보일뿐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12월 27일, 서울 투쟁 결정 70여 개 단체 대책위 구성


한국마사회 부조리 운영을 비판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아버지(앞 우측) 문군옥 씨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13일 정부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허지우 기자)유가족은 이같은 마사회 부조리에 맞서 고 문중원기수의 장례를 미루고 투쟁을 했다. 그러나 마사회가 응답을 하지 않자 지난해 12월27일 고인의 시신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운구차에 안치했다. 


정부서울청사 옆에는 시민분향소도 마련됐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108배, 추모문화제, 청와대 행진 등을 열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세 가지 요구안 수용을 촉구했다. 


2월 27일, 서울시, 청부서울청사 인근 농성장 강제 철거 

고 문중원 기수 아내 오은주씨, “분향소 철거때 가장 힘들고 참담”


유가족은 거대한 마사회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농성장을 강제철거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기에는 유가족보다 더 많은 숫자의 용역사람들과 공무원들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유족들과 대책위는 철거를 필사적으로 저지했지만, 결국 농성장은 처참하게 철거되었다. 하지만 유족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3월 6일, 재발방지안 합의 "마사회 청산 이제 시작" 

故 문중원 기수 우여곡절 끝에 102일 만에 영결식


故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가 지난 3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허지우 기자)

지난 6일, 마사회와 재발 방지안에 합의하면서 뒤늦게 마사회가 기수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합의안에는 ▲부산경남 경마시스템·업무실태에 관한 연구용역 ▲책임자 처벌 ▲경쟁성 완화와 기수 건강권 강화, 소득안정 등을 위한 제도 개선 ▲조교사 개업심사 변화 등이 담겼다.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합의서 설명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부인 오은주씨는 “남편이 차가운 길 한복판에 누워 있었지만 제 곁이었고, 그래서 보내 줄 수 없었고 보내기 싫었다”며 “저는 더 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 남편의 죽음에 아파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러나 9일 마사회 부산경남본부는 합의서 공증을 놓고 다시 유가족과 대치했다. 


모든 게 다 끝난 건 아니다. 무엇보다 마사회 부패구조를 바꾸는 일이 남았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타지 못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 반복되는지, 마사대부 과정에서 비리는 근절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시민대책위가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8의 죽음을 막기 위한 마사회 청산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마사회는 다시는 고 문중원 기수와 같은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유족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故 문중원 기수. 고 문중원 기수가 한국마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지 102일 만인 3월 9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사진 = 허지우 기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행안부 차관, 차세대지방세입시스템운영상황 점검 행정안전부 고기동 차관은 5월 13일(월) 오후 3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차세대지방세입시스템 운영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이번 회의는 최근 위택스 접속 지연 조치상황 등 시스템 운영상황과 향후 정기분 세목 부과․고지를 위한 준비현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개최했다. 한편, 고 차관은 지난 5월 9일에도 용인특례시청 세정..
  2. 건설자재 업계와 소통과 협력, 자재수급 안정화 방안 모색한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오후 서울에서 건설자재 업계와 열한 번째 국토교통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요 건설자재인 골재, 레미콘, 시멘트, 철강업계를 비롯한 건설업계와 산업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 건설경기 회복과 자재시장 안정화를 위한 업계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건...
  3. 공공 사전청약 제도적 한계 고려, 신규 시행 중단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 사전청약(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청약 시행단지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제도 도입 초기인 ’21.7월~’22.7월에 사전청약을 시행한 단지들의 본청약 시기가 본격 도래하고 있으나, 군포대야미와 같이 본청약 일정이 장기 ..
  4. 행안부 소속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 13일 출범 행정안전부는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행정체제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검토하고, 향후 추진과제를 발굴할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가 5월 13일 출범했다고 밝혔다.1995년 7월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인구감소·지방소멸,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복잡한 행정수요 증가 등 행정환경의 급...
  5. 행안부, ‘낡고 오래된 지방규제’ 일제히 정비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와 함께 조례나 규칙 속에 있는 규제 중 시행한 지 오래되어 사문화된 지방규제를 일제 정비한다고 밝혔다.5월13일부터 올해 말까지 ‘2024 지방규제 일제정비’ 기간을 운영하고, 지자체와 합동으로 지방규제 약 4만여건에 대해 전수조사하여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계획이다.각 지자체는 자체 정비계획을 수립하...
  6. ‘강서 미라클메디특구’ 의료 관광객 유치 총력 서울 강서구(구청장 진교훈)가 `강서 미라클메디특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국제 의료관광 허브 도시 구현에 나선다.구는 오는 17일 오후 3시 30분부터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강서 미라클메디특구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강서 미라클메디특구`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5년 지정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이후...
  7. ‘한강 리버버스’ 명칭 공모…13일~22일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 서울시가 전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는 10월 한강에 선보이는 수상 교통수단 ‘한강 리버버스’의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서울시는 이달 13일(월)부터 22일(수)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역‧연령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리버버스&rsq...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