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토부, 그렇게 당당하면 뒤에 숨지 말고 나서라”
  • 이영선 기자
  • 등록 2019-06-04 19:00:00

기사수정
  • 실질적 권한 가진 주체는 숨고 권한 없는 협력업체만 앞에 내보내
  • 주민들, "주민 의견 안 듣는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는 왜 하나"
  • 구로차량기지이전·광명서울고속도로건설 사업 등서 일방통행으로 일관

지난 5월 31일 열린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서 한 시민이 국토부 직원(사진 맨 좌측)을 향해 무대에 올라가 주민들의 질문에 답변하라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서남투데이=강우영 기자] 대형건설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주민 설득과정에서 뒤로 빠지고 정책 결정과는 무관한 관계자만 내세워 주민들로부터 비아냥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서남권 지역에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건설과 구로차량기지 이전 등 대형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은 거의 하지 않았고 사업을 결정짓고 나서 일방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라는 비판이 높다. 특히 주민설명회장에 정책 결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협력업체 관계자만 참석시켜 주민들이 궁금한 사안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해 형식적인 설명회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31일 광명시민회관에서 열린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 참석한 국토부 측 패널들은 철도건설 전문업체 엔지니어 3명과 교수 1명 등 총 4명이었다. 정작 사업 주체인 국토부 직원은 방청석에 앉아 시민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2016년 KDI 타당성재조사 보고서에서조차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이 ‘사업성 없음’으로 결론지었는데 어떤 연유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지 물었지만, 패널 누구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구로구민의 민원 때문에 기지 이전이 추진된다는 사실이 KDI 자료에 명시돼 있는데 해당 내용이 공청회 설명자료에는 빠져 있어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패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시민 한 명이 발언권을 얻어 방청석에 앉아 있는 국토부 직원을 향해 단상으로 올라가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 시민 패널이 “도시개발에 오염원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환경 때문에 걱정이 되면 귀농하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가뜩이나 화가 난 시민들의 화를 돋웠다. 시민패널로 참석한 이승봉 광명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가 “해당 발언자는 국토부 추천으로 오신 분”이라고 밝히자 시민들은 “국토부가 여론몰이한다”라며 종이설명자료를 구겨 단상으로 집어 던지는 등 집단 항의해 설명회장이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의견 무시하는 국토부" 30일 구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주민설명회에서 항동지구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건설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30일 구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주민설명회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서울고속도로 측은 이날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의 안전성과 소음·분진 등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항동지구 주민 100여명이 주민설명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설명회 개최를 저지했고 결국 설명회는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서서울 측 협력업체 관계자가 설명회를 시작하려고 발언하면 주민들이 부부젤라를 불며 발언을 저지했다. 서서울 측 관계자는 부부젤라 소리에 귀를 막다가 결국 무대 뒤쪽으로 빠져 일체의 간섭도 하지 않다가 2시간 만에 돌아갔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설명회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바로 자리를 뜰 수도 없어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본지가 서서울 측 관계자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서서울 측에서는 서남투데이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본지가 ‘주민설명회가 열리지 못하면 서서울 측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달되지 못해서 좋을 게 없지 않느냐’고 재차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항동지구 한 주민은 “공사가 그렇게 안전하고 환경오염도 없다면 국토부가 직접 나서서 주민들한테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지 정책 결정에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을 불러 세워놓고 '요식행위'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10월 초 수출입 모두 감소… 무역수지 5억 달러 적자 관세청이 13일 발표한 2025년 10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입 잠정 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한 130억 달러, 수입은 22.8% 줄어든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조업일수 감소(3.5일)로 인해 전체 수출입 규모는 줄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37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27.8억 달러) ..
  2.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첫 수출… 가스터빈 종주국 미국에 공급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첫 수출한다.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 가스터빈을 공급하며 한국 발전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와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 말까지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에너빌...
  3. 한국, 일본보다 AI 더 쓴다...‘한국 직장인 65% 이상 AI 경험’ 글로벌 문서 플랫폼 PDF Guru (https://pdfguru.com/ko)가 한국의 틸리온 프로, 일본의 Freeasy24와 협력해 한국과 일본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교 조사 결과, 한국이 AI 활용 경험과 학습 의지 모두에서 일본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인지도, 사용 경험, 활용 목적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한국이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Chat GPT(챗지피티)...
  4. 에쓰-오일 세븐 ‘피치스 런 유니버스’서 모터스포츠 팬 접점 확대 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의 엔진오일 브랜드 ‘에쓰-오일 세븐(S-OIL 7)’이 12일 열린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2025 피치스 런 유니버스’에 참여해 현장 관람객과 직접 소통했다고 밝혔다. 피치스 런 유니버스는 자동차 문화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Peaches.)가 주최한 행사로, 세계 최대 스포츠쇼인 F1(포뮬러원) 레이싱카 주행을 ...
  5. 구글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AI 혁신의 새로운 기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공개 구글 클라우드는 10일(현지 시간) 전 세계 모든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생산성, 고객 경험, 혁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를 공개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직관적인 제미나이 채팅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6가지 핵심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6. IBK기업은행, 헝가리 개발은행과 중소기업 지원 업무협약 체결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 개발은행(MFB)과 ‘양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대외 통상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과 판로 다각화 지원을 위해 체결됐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접근성이 높은 거점이...
  7. KB금융, 지난해 6조6545억원의 사회적 가치 창출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이 2일, 지난해 KB금융의 ESG 경영활동을 담은 ‘2024년 사회적 가치 성과 보고서’를 통해 총 6조6545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매년 ‘사회적 가치 성과 보고서’ 발간을 통해 고객, 주주 및 투자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KB금융의 사회적 가치는 비금융 부문인 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