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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의 난’과 추두환의 탄생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7-29 15: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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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는 어떻게 전두환이 되었나


추미애 법무장관은 권위 없는 권력이 얼마나 추레해질 수 있는지를 시범하고 있다. (사진 김대희 기자)

가히 대세다. ‘김헌동’이라는 이름은 근자에 이르러 진중권과 추미애와 나란히 사람들 입에서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 되었다.

 

진중권이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는 글들은 국민들에게 사이다 같은 시원함과 청량감을 안겨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입을 열 때마다 문재인 정권의 극렬 지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목에 큼지막한 찐 고구마 덩어리가 걸린 것 같은 답답함이 엄습한다. 추미애 장관의 오만방자함과 내로남불이 거의 목불인견의 수준에 다다른 탓이다.

 

추미애는 그의 독선적인 막가파식 행태를 꼬집는 인사들을 겨냥해 급기야 법무부 대변인을 동원해 법적 조치까지 운운함으로써 무도하고 포악한 집권세력이 민중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와 비판의 권리에 재갈을 물리던 5공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역주행시키고 말았다. 왕년의 추다르크가 시나브로 지금은 ‘추두환’이 돼버린 셈이다.

 

필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79년의 12‧12 군사 쿠데타에 성공해 보안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임했던 전두환처럼 법무부 장관에 더하여 사실상의 검찰총장 노릇까지 겸직하게 된 엽기적 사태가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왜냐? 전두환도 제 나름대로 느꼈을 법한 체제붕괴의 위기감을 추미애 역시 본능적으로 감지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 개혁본부 본부장과 필자와의 최초의 공식 인터뷰가 성사된 시점은 2019년 1월 초였다. 김헌동 본부장이 시민운동에 복귀하기로 결심한 직후였다. 따라서 그가 본격적인 여론의 조명과 언론의 각광을 받기 한참 전이었다. 필자를 만나자마자 김헌동 본부장은 분노에 찬 어조로 대뜸 첫마디를 꺼냈다.

 

“문재인 정권 들어와 무려 1천조 원의 천문학적 액수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문 정권의 실패를 이처럼 기정사실화하며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불로소득주도성장’으로 주저하지 않고 평가절하했다. 필자는 국방비에 1년에 1천조 원을 지출하는 미국처럼 한국도 ‘천조국’의 반열에 드디어 등극했다며 씁쓸해했다.

 

2019년 1월 이후에도 땅값은 계속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22전 22패’니, ‘22타수 연속 무안타 행진’이니 하는 세간의 빈정거림이 적나라하게 증명하듯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정책의 대상지역으로 지목된 동네들의 아파트 가격은 여지없이, 예외 없이 폭등했다. 김현미는 집 많이 가진 다주택자들에게, 강남에 값비싼 아파트를 보유한 계층에게 ‘승은’을 내려주었다. 오죽하면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지방에 집을 가진 국민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현미 장관이 좌표 한번 찍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겠는가?

 

가렴주구의 무능부패한 정권이 민란을 부른다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의 목소리는 서민의 고통과 중산층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다. (사진 김대희 기자)

김헌동 본부장은 그를 신라 호족 김헌창에 빗대는 일을 몹시 불쾌해할 성싶다. ‘김헌창의 난’이 신라 말기, 누가 왕위를 계승할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귀족들 간의 밥그릇 다툼 정도로 현대인에게 알려진 탓이다.


그런데 김헌창의 난이 단순한 왕권 싸움에 지나지 않았다면 신라가 결정적으로 쇠락하는 계기로 작용했을까? 최근에는 김헌창의 난이 토지를 독점한 지배계급의 수탈과 착취에 항의해 인민대중이 봉기한, 일종의 조직적 농민전쟁이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농민들이 대규모로 반란에 가담한 까닭으로 말미암아 신라 중앙정부가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김헌동 본부장이 방송이나 언론에 등장하면 곧바로 커다란 반향과 파장이 생겨나고 있다. 그가 장기적으로는 남한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단기적으로는 문재인 정권의 치명적 급소를 너무나 신랄하고 거리낌 없이 헤집고 있는 이유에서이다. 김헌동이 제시하는 구체적 대안과 해법에 반론을 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머잖아 나라가 망하고 만다는 그의 경고와 문제의식에는 일부 땅부자들과 몇몇 문빠들을 빼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들은 김헌동 본부장의 소원은 귀농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촉발시킨, 또는 기름을 끼얹은 부동산 대란은 김헌동의 귀농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을 태세다.

 

부동산 대란은 대한민국의 체제위기를 부르고 있다. 체제위기에 직면한 집권세력은 두 가지 경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첫째는 사즉생의 각오로 유능하고 진정성 있게 개혁에 나서는 길이다. 둘째는 정권의 안위를 지키는 데만 광적으로 골몰하는 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무는 정권 측의 주장으로는 검찰개혁의 층위로부터, 야당 쪽 용어로는 검찰장악의 범위로부터 이미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단지 검찰을 길들이거나, 혹은 다만 과도한 검찰권력을 통제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법무장관 추미애가 저토록 극악하고 표독스러운 추태를 국민들 앞에서 연일 서슴없이 드러내지는 않았을 터이다.

 

한국은 학생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의 586 세대 집단으로 지배계급이 완전히 물갈이됐다. 주류세력이 확실히 교체되었다. 필자는 추미애의 진정한 역할은 이들 새로운 지배계급의 무능부패가 초래한, 신흥 주류세력의 가렴주구가 야기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저항과 격렬한 항거를 진압하고 분쇄하는 데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이 최근 들어 차츰차츰 짙어지는 중이다. 필자가 추미애와 그에게 맹목적으로 무조건 충성하는 여권 인사들의 급작스러운 부상을 과거 전두환이 주도하던 신군부의 득세 과정과 조심스럽게 등치시키게 된 배경이자 연유이다. 신군부는 ‘국가보위’에서 자기들의 정당성과 존재의 근거를 강변했더랬다.


신라 조정은 김헌창의 난은 어찌어찌해 수습할 수가 있었지만, 궁예의 대두와 견훤의 출현까지는 막지 못했다. 김헌동의 난은 ‘진보의 신군부’의 주특기인 여론 몰이와 인터넷 양념질에 의해 머잖아 진압될 개연성이 크다.


허나 문재인 정권과 그 후계 정권들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기득권 사수에만 변함없이 목을 맨다면 제2, 제3의 김헌동이 연달아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진보 땅부자 정당 더불어민주당과 보수 땅부자 정당 미래통합당 사이에서 국가권력이 탁구공 같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갈 곳 없는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는 미친 듯이 치솟는 집값 때문에, 집 한 채나마 어렵게 장만해놓은 중산층의 울분은 등골 휘어지는 혹독한 세금 때문에 거세지면 거세졌지, 결코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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