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장진영① “유승민은 순진했고, 손학규는 잘 버텼다”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19-05-09 17:03:27

기사수정
  • 바른미래당의 불안정은 대선주자가 너무 많은 데서도 비롯돼
심각한 내분으로 당장 산산이 공중분해될 것처럼 보였던 바른미래당이 김관영 의원의 원내대표직 전격 사퇴와 뒤이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기호 3번 사수” 결의를 전환점으로 삽시간에 평온해졌다. 이렇게 시끄러운 싸움이 이렇게 조용히 끝난 경우는 한국정치사에서 유례가 없을 듯싶다.

바른미래당을 들썩이게 만든 거대한 용암덩어리는 이제 모두 지표 밖으로 분출됐는가? 아니면, 더 큰 폭발을 예고하면서 잠시 숨고르기 상태에 있을 따름인가? 원외 인사들 중에서는 드물게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장진영 바른미래당 아파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대한민국 제3당이 딛고 서 있는 땅의 지열을 측정해보았다. 필자의 긴급 제안과 장진영 위원장의 즉각적 호응으로 성사된 금번 인터뷰는 2019년 5월 8일 수요일 해질 무렵, 지하철 총신대역 근처에 위치한 장진영 위원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유승민 전 대표가 당내 불신의 상당 부분 제공해


장진영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어제로 확실히 종식됐다고 반복해 단언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공희준 (이하 공)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했습니다. 그런데 사퇴하는 장면이 웃기고도 슬픕니다. 바른미래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로부터 내년 총선에 기호 3번을 달고 출마할 것이라는 엄숙한 공개맹세를 받은 다음에 원내대표 자리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그 약속,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요? 정치인들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라 뒤집으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필자와 장진영 위원장, 그리고 동석한 김대희 사진기자 세 사람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왜 3인이 동시에 파안대소했는지 그 동기와 맥락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장진영 (이하 장) : 첫 번째 질문부터 왜 이렇게 센가요?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말씀하신 약속은 여러 정치인들이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한 서약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 중대한 약속을 어느 누가 감히 깰 수가 있겠습니까? 약속에는 깰 수 있는 약속도 있고, 깰 수 없는 약속도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들의 오늘의 결의는 당연히 후자에 해당합니다.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개인전 차원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유승민계와 손학규계가 대립하는 단체전 수준의 쟁투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약속은 개인적 약속이 아닙니다. 집단의 명예를 걸고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입니다. 제가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 직후에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행한 맹세가 확고한 구속력이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저는 유승민 전 공동대표께서 당내에 불신이 만연하게 된 사태의 원인을 상당 부분 제공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유승민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접수한 다음에 자유한국당으로 갈 것이라는 추측과 의심이 당내에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승민 전 대표만 불신을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손학규 대표께서도 불신을 샀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평화당과 합친 후에 호남당을 만들 것이라는 의구심을 유승민계에서 계속 품어왔거든요.


그러한 불신이 곧바로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고 프레임이 돼왔습니다. 당내에 만연한 상호 간의 불신은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을 힘들고 피곤하게 만들어왔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을 깎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해왔기도 하고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불신이 난무하는 상태에서는 당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했으니까요. 오늘 오후의 결의는 이러한 불신과 불투명성을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공 : 신속처리안건(일명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솔직히 관심도 없고요. 그럼에도 너무나 쉽게 이해되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바른미래당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리전을 치르는 곳처럼 되었다는 점입니다. 6‧25 전쟁 시기에 한반도가 미국이 견인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소련이 정점에 선 공산주의 진영의 싸움터가 된 것처럼요. 바른미래당이 결코 약소한 군소정당은 아닙니다. 이름만 걸고 있을 뿐, 당에 나오지 않는 분들을 제외해도 현역 의원의 숫자가 30명에 육박하는 어엿한 원내교섭단체입니다. 국가에 비유하면 중진국 정도 되는 이 정당이 왜 남의 전쟁을 대신 치러주는 당으로 돼버린 건가요?


장 : 어떤 관점에서는 대리전 싸움터로 보일 수가 있겠죠. 그러나 저는 시각을 달리해보고 싶습니다. 바른미래당이 이번에 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제대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끈하게 싸우고 확실하게 승복하겠다


장진영의 입장은 “화끈하게 노선투쟁하되, 결과에는 확실하게 승복하자”로 요약됐다. (사진=김대희 기자)

공 :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건 칼자루를 쥐었다는 뜻인데, 어째서 칼자루 쥔 사람이 외려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나요? (웃음)


장 : (골똘히 고민하고서) 그건 정말 웃기는 일이었습니다. 바른미래당 안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존재합니다. 국민의당에 몸담았던 분들과 바른정당 출신인 분들이 바른미래당의 진로에 관해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까닭에서입니다.


첫 번째 흐름은 자유한국당을 대체하겠다는 흐름입니다. 바른정당에 계셨던 분들이 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흐름인 국민의당에서 활동했던 분들의 의견은 이와는 다릅니다. 그분들은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 역시도 구태 기득권 정당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므로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바른미래당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개혁적 신당이 돼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다당제의 유지와 정착이 필수이고요.


저는 두 흐름 가운데 어느 것은 옳고, 어느 것은 틀렸다고 이분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두 흐름 모두 각자의 역사적 의의와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이 두 정파가 제대로 노선투쟁을 전개한 다음 노선투쟁에서 승리하는 쪽이 선명한 색깔과 단단한 방향성을 지니고서 당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 : 위원장님이 추구하는 노선이 당의 공식 입장으로 관철되지 않아도 기꺼이 승복하겠다는 말씀인가요?


장 : 예, 그렇습니다. 당연히 승복해야죠. 저는 다당제 실현이 올바른 역사적 대의이자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을 거꾸러뜨리고 그를 대신할 개혁적 보수정당의 출현 또한 나름의 가치와 의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을 대신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당내 노선투쟁에서 승리해 당권을 차지했다면 제가 지향하는 노선은 아니더라도 승복해야죠. 그건 틀린 길이 아닌, 다른 길일 뿐이니까요.


공 : 그런데 지금 바른미래당의 상황은 자신들이 부르짖는 노선이 승리하지 못하면 당에서 아예 나가겠다는 분위기 아닌가요?


장 : 그건 아닙니다. 탈당하겠다는 식이었으면 이번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이 됐겠어요? 이번에 유승민 계가 반기를 들었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반란에 실패했습니다. 저는 애초에 나갈 생각이 없으니까 백기를 들었다고 봅니다.


진심으로 의심했기에 진심으로 화합할 수 있다


장진영 위원장은 유력 대선주자가 당내에 여럿 있는 점은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공 : 유승민 계의 반란이 예상외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장 : 저는 바른정당 계열 분들이 약간은 순진한 생각을 갖고서 반란에 나섰다고 봅니다. 당 지도부를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고 했으니 일단는 반란이라고 일컬어야죠. 그런데 손학규 대표가 예상외로 강력한 결기를 보여줬습니다. 손학규 대표께서 아주 완강하게 버티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는 양측이 일종의 타협에 도달한 결과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 결단이 돌파구가 되어 국민의당 출신들과 바른정당 출신들 사이의 뿌리 깊은 상호 불신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 : 뿌리 깊은 불신이라면 어떤 불신을 가리키나요?


장 : 국민의당 출신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바른정당 출신 분들이 자유한국당과 합칠 것이라는 의심이었습니다. 이 의심은 상대를 공격하는 데 동원되는 단순한 수사적 프레임이 아닙니다. 진심어린 의심이었습니다.


공 : 진심어린 의심이라….


진심을 갖고서 하는 의심은 권투경기에 비유하자면 체중이 실린 펀치와 같다. 장진영 위원장은 수요일 오후의 막판 타협을 바른미래당이 진정한 통합과 단결에 도달하는 과정에서의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듯 필자 같은 외부인들은 좀 더 두고 보자는 쪽일 듯싶다.


장 : 바른정당에 계셨던 분들도 국민의당에 계셨던 분들을 향해 진심어린 의심을 거두지 않아오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분들은 국민의당계가 민주평화당과 재결합해 호남 기반의 지역정당으로 갈 것이란 두려움에 휩싸여왔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오늘로써 말끔하게 해결된 겁니다. 자유한국당과 연대해야만 한다는 요구도, 민주평화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 이상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곧장 해당행위로 간주될 테니까요.


공 : 설령 해당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당에서 취할 수 있는 마땅한 제재수단이 현실적으로 없지 않습니까?


장 : 왜 없어요? 많지.


공 : 얼마 전 탈당한 이언주 의원처럼 자기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당에서 만들면 되겠네요.


인터뷰의 무게중심은 현안 진단으로부터 구조적 분석으로 차츰차츰 넘어가기 시작했다.


공 :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나라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을 국민 직선으로 선출해왔습니다. 이 영향으로 말미암아 유력 대권주자가 건재한 정당은 웬만해서는 깨지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바른미래당은 굉장히 특이한 사례에 속합니다. 2년 전 봄의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얻었던 표의 숫자를 합치면 거의 천만 표에 근접합니다. 국민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선주자가 바른미래당에는 벌써 2명이나 있습니다. 더욱이 손학규 대표도 요즘 노익장을 과시하고 계시니 대권주자가 셋일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바른미래당은 대선주자가 없는 이른바 식물정당처럼 이리 차이고 저리 채이는 동네북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가요? 대권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안정한 정당은 바른미래당이 처음인 느낌이거든요.


장 : 저는 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권주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불안정한 것이라고요. 바른미래당은 특정한 한 사람이 확실하게 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정당이 아닙니다. 엇비슷한 체급의 분들끼리 자웅을 겨루는 구조입니다. 단적으로 대선에서의 3등 후보와 4등 후보가 지금 우리 당에 나란히 계십니다. 만약에 1등과 3등이 있는 당이라고 가정해보세요. 그럼 1등이 주도권을 꽉 틀어쥐고 있을 겁니다.


대통령 선거에서의 등수만 비슷한 게 아닙니다. 세력도 비등비등합니다. 당장 원내 의석의 분포만 살펴봐도 병력은 국민의당계가 보다 많지만, 화력은 바른정당계가 더 막강합니다. 세력균형은 양날의 칼입니다. 안정을 보장해주는 안전판이 될 수도 있고, 끊임없이 흔들림을 가져오는 롤러코스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바른미래당의 현재 상황은 뒤편에 가깝습니다. ②편에서 이어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웹케시 ‘금융 AI Agent Conference 2026’ 성료… 금융권 적용 사례 발표·자금관리 에이전트 V2 공개 B2B 금융 AI 에이전트 전문 기업 웹케시(대표 강원주)가 23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웹케시 금융 AI Agent Conference 2026’을 열고 지능형 RDB(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커넥트 ‘OPERIA(오페리아)’를 중심으로 한 AI 서비스 적용 사례와 구현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웹케시가 지난 1년 6개월간 축적해온 AI 기술력을 공유하고 금융권과의 ...
  2. 하나금융, 1분기 순이익 1조2100억…자사주 2000억 매입·소각 결의 하나금융그룹이 2026년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 1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당 1145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결의했다.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23억원(7.3%) 늘어난 수치다.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 손실 823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3. KGM, 1분기 매출 1.1조·영업이익 217억…6분기 연속 흑자 KG 모빌리티(KGM)가 올해 1분기 ▲판매 2만 7,077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 1,365억 원 ▲영업이익 217억 원 ▲당기순이익 376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이러한 실적은 무쏘 출시에 따른 내수 판매 물량 증가와 함께 환율 효과와 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2024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1분기 매출은 판매 물량이 늘..
  4. 구글 클라우드, 한국앤컴퍼니에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제공해 모빌리티 리더십 강화 구글 클라우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가 글로벌 운영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를 전격 도입했다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를 통해 그룹의 밸류체인 전반에 고도화된 지능형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앤컴퍼니는 구글 클라우드와의 협업을 통해 마케팅,...
  5. 기아, 1분기 매출 29.5조·판매 역대 최대…관세 직격에 영업이익 27% 급감 기아가 2026년 1분기(1~3월) 판매와 매출에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으나, 미국의 수입 완성차 관세 부과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7% 급감했다.기아는 24일 1분기 경영실적(IFRS 연결기준)을 공시했다. 도매 기준 글로벌 판매는 77만9741대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매.
  6. SK, 베트남과 AI 분야 협력 발판 마련 SK가 베트남 AI 산업 생태계 조성과 AI 핵심 인프라 구축 협력에 나선다.  SK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응에안성(省) 정부와 베트남 국가혁신센터(NIC)와 각각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응오 반 뚜언 베트남 재무부 장관이 참...
  7. LG U+, 웰컴저축은행과 AI 에이전트 개발 협력…`AI 금융비서` 출시 LG유플러스는 웰컴저축은행과 함께 저축은행업계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AI 금융비서`를 개발해 정식 출시했다고 24일 밝혔다.웰컴저축은행의 모바일 앱 `웰컴디지털뱅크(웰뱅)`에 적용된 `AI 금융비서`는 LG AI연구원의 대규모 언어모델 엑사원(EXAONE)과 웰컴저축은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LG유플러스가 보유한 AI 에이전트 구축 및 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