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높아진 시민의식...뒤처지는 광명시 행정
  • 이영선 기자
  • 등록 2019-05-07 16:45:32

기사수정
  • "우리는 이것에 분노한다...구로차량기지의 실상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구로차량기지의 실상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이것에 분노한다."


밤일마을 원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구로차량기지에 들어서는 시설들을 열거하면서 다양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고 밝혔다. 사진=김대희 기자

지난 3일 광명시가 주최한 구로차량기지 이전 관련 시민토론회는 광명시와 시민들의 온도차만 확인한 자리였다. 


시민들은 구로차량기지의 실상을 알게 되면 찬성할 시민이 없을 거라며 이전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 지적했다. 


밤일마을 원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구로차량기지에 들어서는 시설 등을 일일이 열거하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등 전문적인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구로차량기지 안에는 차량을 정박시키는 시설물뿐 아니라 전력이 들어가는 변전소, 자동세차장치, 차량기지 실외 환풍기 등 각종 기기가 들어선다. 심지어 쇠로 된 바퀴와 레일의 마모된 부분을 깎는 작업도 이루어지는데 이런 작업 과정에서 진동과 소음뿐 아니라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구로차량기지의 토양 오염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해박한 지식에 토론자로 나선 교수조차 놀라움을 표했을 정도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은 “오랫동안 교단에서 교통과 관련된 학문을 가르쳐왔다. 이분을 무료로 청강생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광명시가 구로차량기지 이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시민의식은 높아졌는데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이런 정보 부재의 원인을 ‘정치 노름’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구로와 광명지역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됐고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왔다.


박승원 시장은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5가지 요구사항을 여러 차례 국토부에 전달한 바 있다. 구로차량기지 친환경 지하화와 구로~노온사동 구간의 5개역 신설 등이 주요내용이다. 광명시는 요구사항이 관찰되지 않으면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날도 비슷한 맥락의 토론이 이어지는 듯했으나 참석한 시민들의 의견은 달랐다. 시민들은 차량기지 자체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의식이 더욱 돋보인 것은 박 시장에 대한 청중의 태도였다. 시민들은 분노했지만, 대응은 냉정했다. 박 시장에게 힘을 실어줘 구로차량기지 이전 백지화를 끌어내자고 호응했다. 


광명시가 주최한 토론회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박 시장의 입장만 애매해졌다. 5대 요구사항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는데 느닷없이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몇몇 시민들은 그렇게 하겠느냐고 박 시장에게 묻기도 했다.


박 시장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찬반이 격돌 돼 시민 갈등이 발생할까 봐 걱정”이라며 “국토부가 원하는 것은 주민 분열이다.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갑자기 찬성하는 시민도 있다는 걸 부각했다.


좌장을 맡은 김시곤 회장이 토론회인 만큼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찬성하시는 분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방청객의 발언을 유도했지만 나서는 이가 없었다.


박 시장은 지방선거에 나서기 직전인 작년 2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에 임명됐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당의 강령과 정책을 입안하고, 선거공약 개발과 법률안 등 국회에 제출하는 각종 안건을 심의하는 중앙당의 집행기구다.


자신의 지역구에 들어오는 구로차량기지가 혐오시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위치다. 박 시장과 광명시는 지금이라도 구로차량기지에 어떤 시설물이 들어오고 어떤 이점과 피해가 발생하는지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에게 합당한 행정서비스가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지난 3일 광명시 평생학습원에서 열린 구로차량기지 이전 관련 시민토론회에서 박승원 광명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앞두고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 열려 5월에는 서울 곳곳이 매력적인 정원으로 가득해질 전망이다. 오는 16일(목) 개막을 앞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와 연계해 자치구가 각 지역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경쟁을 벌인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협업하여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별로 정원을 조성하고 행.
  2. 3월 주택 매매거래량 작년 12월부터 증가세...악성 미분양 8개월 연속 증가 국토교통부는 30일 ’24년 3월 기준 주택 통계를 발표했다.이날 발표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의 주택 인허가, 착공, 준공은 전월 대비 증가했고, 분양은 청약홈 시스템 개편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다.3월 기준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52,816건으로 전월 대비 21.4% 증가해 작년 12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4.3월 기준 ...
  3. SKT, ‘AI 멀티엔진’ 시동… 韓 ‘텔코LLM’ 6월 출격 예정 통신 서비스를 잘 이해하는 똑똑한 ‘텔코LLM’이 이르면 오는 6월 선보인다.SK텔레콤은 5G 요금제, T멤버십, 공시지원금 등 우리나라의 통신 전문 용어와 AI 윤리가치와 같은 통신사의 내부 지침을 학습한 ‘텔코LLM’을 개발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오는 6월 중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텔코LLM’은 GPT, 클로드와 같은 범용...
  4. 5월1일부터 대중교통비 20~53% 환급, K-패스로 교통비 걱정 패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5월 1일부터 K-패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K-패스는월 15회 이상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시내·마을버스, 지하철, 광역버스, GTX 대상)을 이용할 경우 지출금액의 일정비율(일반인 20%, 청년층 30%, 저소득층 53.3%)을 다음 달에 돌려받을 수 있는 교통카드이다. K-패스 이용 방법은 ①카드 발.
  5. 수원 영통구에 `나혼자 사는 시민` 위한 거점공간 조성 수원시와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아이에이엠이 영통구에 수원시 1인가구 맞춤형 거점 공간을 마련한다. 두 기관은 지난 4월 29일 조스테이블 광교점에서 협약을 체결하고, 협력을 약속했다.수원시 1인가구 쏘옥 패밀리 회원의 소모임 활동을 지원한다. 조스테이블 광교점에서 2인 이상 예약하면 커피 가격을 10% 할인받고, 공간을 사용할 수 있..
  6. 삼화페인트, 서울시립미술관 지원…문화예술발전 도모 삼화페인트공업은 서울시립미술관후원회 세마인과 `서울시민 문화향유증진을 위한 문화예술발전 지원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이번 협약을 통해 삼화페인트와 서울시립미술관후원회 세마인은 ▲문화예술 활성화 관련 사업 개발 및 공동운영 ▲문화예술 활성화 공동 홍보 ▲전시, 창작지원 등 각종 문화행사 지원 ▲협력모델 ...
  7. 오세훈 시장, 저출생시대에 ‘40만 서울 어린이 행복’ 챙긴다 알파세대 어린이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전국 최초의 종합계획으로 지난해 5월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서울 어린이행복 프로젝트`가 1주년을 맞았다. 서울시는 심각한 저출생 속에서 어린이를 우선으로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한 만큼, 지난 1년간의 실천 노력과 성과를 토대로 올 한해 480억 원을 투입, 보다 대폭 확대‧강화된 「어린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