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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아이디어가 아닌 리더십으로 승부해야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6-11 20: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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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렉산드로스와 이건희는 신기술을 개발하지 않았다

급진적 당대표 이준석


이준석 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사진 국민의힘 공식누리집)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현대 한국정치사 최초의 30대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2019년 연말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 나이는 만으로 40.2세로 조사되었다. 작년인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역시 만으로 54.8세였다. 이준석이 정치적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생물학적인 잣대로도 얼마나 젊은지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의원 경력 한 번 없는 깜짝 놀랄 만한 젊은 정치 지도자가 제1야당의 영수로 등장했다는 소식은 그만큼 급진적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경선기간 내내 급진적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되풀이해 약속했다. 그가 과연 어떠한 내용과 방향의 급진적 개혁을 추진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급진(急進 : Radical)’이라는 단어가 제도권 정당의 당권을 노리는 인물의 입에서 공공연하게 발설됐다는 사실이야말로 급진적인 변화와 혁신이 이미 시작됐음을 요란하게 알리는 신호탄이란 점이다.


불안과 정체의 공존은 21세기의 한국사회를 관철하는 핵심적 작동법칙이었다. 삶이 불안하니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움츠려들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움츠려드니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체제와 관행과 의식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는 담대한 기획과 시도에 누구 하나 감히 나서지 못해왔다. 진보와 보수와 중도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유권자들이 혁명적 쇄신에 본능적 공포와 거부감을 보이는 지독한 ‘안정희구 성향’에 사로잡힌 후과는 나라 전체가 거대한 늪처럼 정체돼 나날이 썩어가는 사태였다. 그러한 부패의 악취가 최종적으로 모여드는 곳이 다름 아닌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대표되는 기성정치이다.

 

지금까지는 늪의 소유권만 친노에서 친이로, 친이에서 친박으로, 친박에서 친문으로 지루하게 바뀌어왔을 따름이다. 늪 자체를 매립의 형태로건 호수로의 환골탈태로건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좀처럼 기울여지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 무효”를 외치는 태극기 부대와, “조국은 무죄다”라고 주장하는 조국기 부대는 흔히 다선 의원 또는 중진 의원으로 불리는 기존의 구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악착같이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문제의 늪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결과로 생겨난 최악의 유해한 병리적 요소들이었다.

 

성공한 젊은 리더는 남의 머리를 빌렸다


30대 당대표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런데 큰 성공은 복잡한 변혁이 아닌 단순한 변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의 신화의 출발점은 종전에는 날카롭게 직각으로 디자인되어온 휴대전화기의 네 모서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한 스티브 잡스의 간단한 발상의 전환에 힘입고 있었다. 독일 전차사단의 위력은 과거에는 개별적으로 분산돼 배치되어온 탱크들을 집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가일층 배가되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물막이 작업을 벌이면서 예전 방식대로 방파제를 쌓는 대신에 낡은 유조선을 활용함으로써 서산 간척치 매립 공사의 최대 난관을 수월히 돌파하였다.

 

이제껏 우리는 청년세대의 주된 소임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위대한 젊은 영도자는 기발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과감하고 진취적인 리더십으로 성과를 거두곤 했다.

 

예컨대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아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 세 대륙에 걸친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전쟁에 기상천외한 고도의 신기술을 도입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선친인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가 개발하고 개량한 장창을 보다 대규모적이고 체계적으로 전장에서 이용했을 뿐이었다.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세운 반도체 사업은 이건희 회장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이병철 회장의 생각의 산물이었다. 이건희는 선대 회장이 초석을 놓은 아이디어를 초대박으로 이어간 리더십으로 각광을 받았다.

 

젊은 지도자의 본질은 젊다는 데 있지 않다. 지도자라는 지점에 있다. 리더는 머리 싸매고 전략과 전술을 궁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건 참모의 역할이고 전문가의 영역이다. 리더는 유능한 전문가들이 소신을 갖고서 활동할 수 있게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사람이다. 참모진 중에서 충신과 간신을 정확히 구분할 안목과 선구안을 갖춘 사람이다. 최종적으로는 중차대한 결정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후에 자기가 내린 결단에 대해 전면에 나서서 오롯이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준석 대표는 쌈박하고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당과 인민들 앞에 지속적으로 내놔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 쌈박하고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물들이 야권에 활발하게 합류할 수 있도록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민심과는 여전히 괴리된 모습을 드러낸 당심을 민심에 수렴ㆍ복종시키는 과제에 지도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이 원리는 국가공동체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로 확대적용될 수 있다. 아이디어는 젊은 사람들이 내고, 결정은 나이든 인간들이 한다는 경직된 고정관념으로부터 정당도, 기업도, 학교도, 가정도 하루빨리 탈피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금 강조하는 바이다. 이준석 체제의 안착과 사회의 전방위적 세대교체는 청년들의 아이디어의 생산자 지위에만 머물지 않고 리더십의 행사자 자리로 도약할 때만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가 있다. 그러니 더 참신한 제안을 내놓으라고 청년들을 다그치지 마라. 기성세대인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해야 마땅할 변별력은 더 강한 결단력과 더 묵직한 책임감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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