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지도자의 손가락은 분명해야 한다
  • 안정훈 기자
  • 등록 2021-01-19 12:49:02

기사수정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1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청와대)지도자(指導者)의 지는 ‘손가락 지’ 자를 쓴다. 지도자의 뜻을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손가락으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곧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남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뜻의 ‘지도자’에서 손가락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도자가 방향을 제시하고, 그 길로 사람을 이끌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방침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입양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또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구체적으로는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는 부분이 논란이다. 자녀를 고장난 제품 리콜하듯 대한다는 뉘앙스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야권은 곧장 문 대통령의 말실수를 지탄하고 나섰다.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아이를 입양한 후에도 양부모와 양자에 대한 추가 관리를 통해 아동학대를 막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속뜻을 알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을 향한 아동학대 질문과 그의 답변 전문을 확인해야만 한다. 더욱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해명도 한 번 더 봐야만 한다.

 

대중은 지도자의 입장에서 ‘왜 그랬을까’ 하며 고민하지 않는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볼 뿐이다. 이번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은 분명하지 않다 못해 흐릿하고 모호했다. 방향이 흐리니 오해가 생기고, 야권이 비난할 여지가 생겼다. 사전위탁보호제도라는 피해 아동 보호 방침이 가려지고, ‘아동학대’라는 이슈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덮어졌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모호한 발언을 용서하지 않는다. 한 번 겪어봤기 때문이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는 촛불시위를 촉발했다.

 

지도자(指導者)의 손가락은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탄(指彈)의 대상이 되어 대중의 손가락이 대통령을 향하게 된다. 지난 정권이 준 교훈이 바로 그것이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신보, 부실채권 회수 실적 1위…중기부 장관 표창 수상 영예 서울신용보증재단(이하 서울신보)이 `2024년 채권회수실적 평가`에서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 중 1위를 차지하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서울신보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전사적인 노력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재단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654억 원의 구상채권을 회수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이번 성.
  2. 1·2차 추경 집행 ‘속도전’… 7월까지 1차 74%, 2차 한 달 만에 53.4% 정부가 2025년 1·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서 ‘속도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차 추경은 7월 말 기준 74%가 집행돼 목표치를 4%p 초과 달성했으며, 2차 추경도 의결 한 달 만에 절반 이상이 집행됐다.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관계부처 합동 ‘재정집행 점검회의’에서 이 같...
  3. 내년 대입 수시모집 80%...서울시, 수시 전략 제시하는 입시박람회 개최 서울시가 내년도 대학 수시 모집 비중이 전체 정원의 약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 수립을 돕기 위해 입시박람회를 개최한다. 9일(토)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27개 대학이 참여해 1: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입시 전문가의 특별 강연도 진행된다.박람회는 `수시:로 물어봐`라는 이름으로 ..
  4. 미추홀구, 초등학생 대상 `제6회 레이저사격 체험 교실` 성황리에 마무리 인천 미추홀구(구청장 이영훈)는 지난 4일부터 5일간 구청 대회의실에서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6회 레이저사격 체험 교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체험 교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미추홀구청 사격선수단이 직접 일대일 맞춤형 지도를 제공해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
  5. APEC 2025 인천시 홍보관·민관 통합전시관`운영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APEC 2025 제3차 고위관리회의(SOM3) 및 제반회의`개최에 맞춰 7월 26일부터 8월 15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천시 홍보관과 민·관 통합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올해 `APEC`의 핵심 성과로 `인구구조 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협력`이 선정됨에 따라 인천시는 관련 정책과 지역 산업을 APEC 회원들에게 널리 알리기...
  6. 우리은행, 광복 80주년 기념 최고 연 8.15% 특별 적금 출시 우리은행(은행장 정진완)은 오는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금융그룹과 국가보훈부가 함께하는 특별 금융상품 ‘우리 광복 80주년 적금’을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우리 광복 80주년 적금’은 1인 1계좌 가입 가능한 12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기본 금리는 연 2.0%이며 국가유공자, 독립 유...
  7. 복지부, 2025년 2분기 고령자친화기업 17곳 신규 지정 보건복지부는 8일 2025년 2분기 고령자친화기업 공모 결과 17개 기업을 신규 선정하고, 향후 3년간 총 23억5천만 원을 지원해 내년부터 5년간 60세 이상 근로자 555명을 고용한다고 밝혔다.이번 공모에는 다양한 직종의 34개 기업이 신청했으며, 현장 및 최종 심사를 거쳐 ▲노인친화기업·기관 16곳, ▲노인 채용기업 1곳 등 총 17곳이 선정됐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