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직장 내 성범죄’ 여성들은 왜 침묵할까
  • 이유진 기자
  • 등록 2020-12-22 18:12:26

기사수정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중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과 성폭력(강간미수)를 당했다는 피해자 A씨는 현재 회사와 성폭력 사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유진 기자)“저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저는 사건 당시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우리 회사가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해주고 공감해주는 분위기였더라면 저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홀로 남겨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중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과 성폭력(강간미수)를 당했다는 피해자 A씨의 입장문 중 일부다. A씨는 현재 회사와 성폭력 사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A씨가 현재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거대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를 본 직후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인사이동과 업무배제 등을 겪었다. 피해자가 업무환경에서도 2차 피해를 겪는 셈이다. 

 

A씨의 성토에 대한항공은 ‘피해자와 협의해 사건을 해결했다’고 짧게 답했다. 피해자의 입장문과 대비되는 짧고 명료한 답변이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경험자의 81.6%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간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1.8%였고, ‘소문·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는 응답이 12.7%로 조사됐다. 

 

성희롱 피해자 대다수가 사태 해결보다 2차 피해를 두려워해 침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해자들을 침묵시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를 보호해주거나, 사건이 제대로 해결된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희롱 행위자와 피해자 재직 현황을 보면, ‘행위자만 재직하고 피해자는 퇴사한 경우’ 15.5%였고, ‘피해자만 재직하고 행위자가 퇴사한 경우’ 19.5%, ‘둘 다 계속 재직하는 경우’가 62.7%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해도 양측은 여전히 한 건물에서 업무를 나누며 마주쳐야 한다.

 

직장 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가 필수 과제다. 실태조사 후 이 사례에 발생한 원인 분석과 피해 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직장 내 성범죄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말 못하는 피해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묵인하고, 방치할 수 없다. ‘노동자’가 아닌 ‘사람’으로 상대하는 것이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가 해결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최신뉴스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경기도, 외국인 관광객 전용 일일 여행상품 `이지(EG)투어` 운행 개시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지난 24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경기도 각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일일 여행상품 `이지(EG)투어` 운행을 시작했다.올해 이지(EG)투어는 경기도의 동서남북 각 권역을 아우르는 총 6개 노선을 운영한다.우선 수원·용인노선은 전통·한류를 테마로 한국민속촌, 수원 화성, 남문시장을 방문한다.포천·.
  2. KT&G, `2025년 제22회 윤경 CEO 서약식` 참여 KT&G(사장 방경만)가 산업정책연구원(IPS),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가 주관하고 윤경포럼이 주최하는 `제22회 윤경포럼 CEO 서약식`에 참여해 적극적인 윤리경영 실천을 다짐했다.지난 24일, 서울시 서대문구 aSSIST 핀란드타워에서 열린 `윤경 CEO 서약식`은 `윤리 경쟁력이 곧 공유가치창출`이라는 부제로 진행됐다. 성종훈 KT&G 준법...
  3. 마포구, HPV 백신 무료 접종 실시…"지금이 골든타임"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지역 내 여성 청소년과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여성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등 예방 효과가 큰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한다.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로, 주로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 시 생식기 및 항문 사마귀, 호흡기...
  4. IBK기업은행, 1분기 순이익 8142억원…전년比 3.8%↑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이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81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실적을 25일 발표했다.IBK기업은행의 1분기 실적은 시장금리 하락 등 은행산업 전반의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은행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7604억원을 시현했으며, 특히 중소기업 지원 부문에서 괄목할 ...
  5. 우리금융그룹, 1분기 순이익 6156억원…보통주자본비율 12.42% 기록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이 25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2025년 1분기 당기순이익 6156억원을 시현했다고 발표했다.우리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은 일회성 비용과 미래성장 투자 확대에 따른 판관비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 그룹의 수익 창출력은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
  6. 하나금융그룹, 1분기 당기순이익 1조1277억원…전년比 9.1%↑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은 25일 2025년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937억원) 증가한 1조1277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하나금융그룹의 1분기 실적은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손님 기반 확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사적 비용 효율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과..
  7. 신한금융그룹, 1분기 당기순이익 1조4883억원…전년比 12.6%↑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은 25일 인터넷·모바일 생중계를 통해 2025년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1조4883억원을 시현했다고 발표했다.신한금융그룹의 1분기 실적은 전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한 가운데 지난해 1분기에 발생한 홍콩H지수 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 효과의 소멸 및 안정적 비용 관리 등에 힘입어 두 자...
").click(); }) }) })(jQuery)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