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사람에 충성 않는다” 윤석열···민주당의 ‘자가당착’
  • 안정훈 기자
  • 등록 2020-10-23 15:11:46

기사수정
  • 윤석열 행보 7년 전과 똑같은데···야권 시절엔 극찬, 여권 되자 비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허지우 기자)“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자기 소신을 명료하게 드러낸 이 말은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이 말은 현재까지도 윤 총장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당시 윤 총장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 자리에 있었으나,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그러자 윤 총장은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국정감사에서 “외압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도 관계있는 얘기냐”는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후 윤 총장은 현 여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적폐청산의 칼이 됐다. ‘박근혜-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윤 총장은 지난해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당시 민주당은 “적폐청산과 국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며 극찬했다. 박범계 의원은 트위터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후보자가 주권자인 국민에 충성하는 검찰조직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윤 총장을 향한 민주당의 지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양측의 갈등은 그가 검찰총장에 오른 후부터 시작됐다. ‘조직을 사랑하는’ 윤 총장과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의 대립이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충실히 수행했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특혜 의혹까지 건드렸다.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서남투데이 자료사진)

여권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검찰개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이 절정에 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윤 총장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국정감사장이었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총장은 7년 전과 마찬가지로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은 부하가 아니다”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위법하고 근거와 목적이 보이는 면에서 부당한 게 확실하다”고 못박았다.

 

민주당도 윤 총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윤 총장 내정을 환영했던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3일 “윤 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 개혁이 왜,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지, 공직자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고 했다.

 

7년 전과 마찬가지로, 권력을 대하는 윤 총장의 태도는 한결같다. 당시 정권을 향해 칼을 들이댔고, 정권에 의해 배척당하고,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다. 7년 전에는 수사팀에서 배제됐으며, 이번 정권에서는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다.

 

변한 것은 윤 총장을 대하는 민주당의 입장이다.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 총장의 소신을 지지했던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진 셈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경기도, 외국인 관광객 전용 일일 여행상품 `이지(EG)투어` 운행 개시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지난 24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경기도 각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일일 여행상품 `이지(EG)투어` 운행을 시작했다.올해 이지(EG)투어는 경기도의 동서남북 각 권역을 아우르는 총 6개 노선을 운영한다.우선 수원·용인노선은 전통·한류를 테마로 한국민속촌, 수원 화성, 남문시장을 방문한다.포천·.
  2. KT&G, `2025년 제22회 윤경 CEO 서약식` 참여 KT&G(사장 방경만)가 산업정책연구원(IPS),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가 주관하고 윤경포럼이 주최하는 `제22회 윤경포럼 CEO 서약식`에 참여해 적극적인 윤리경영 실천을 다짐했다.지난 24일, 서울시 서대문구 aSSIST 핀란드타워에서 열린 `윤경 CEO 서약식`은 `윤리 경쟁력이 곧 공유가치창출`이라는 부제로 진행됐다. 성종훈 KT&G 준법...
  3. 마포구, HPV 백신 무료 접종 실시…"지금이 골든타임"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지역 내 여성 청소년과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여성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등 예방 효과가 큰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한다.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로, 주로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 시 생식기 및 항문 사마귀, 호흡기...
  4. IBK기업은행, 1분기 순이익 8142억원…전년比 3.8%↑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이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81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실적을 25일 발표했다.IBK기업은행의 1분기 실적은 시장금리 하락 등 은행산업 전반의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은행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7604억원을 시현했으며, 특히 중소기업 지원 부문에서 괄목할 ...
  5. 우리금융그룹, 1분기 순이익 6156억원…보통주자본비율 12.42% 기록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이 25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2025년 1분기 당기순이익 6156억원을 시현했다고 발표했다.우리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은 일회성 비용과 미래성장 투자 확대에 따른 판관비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등 그룹의 수익 창출력은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
  6. 하나금융그룹, 1분기 당기순이익 1조1277억원…전년比 9.1%↑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은 25일 2025년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937억원) 증가한 1조1277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하나금융그룹의 1분기 실적은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손님 기반 확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사적 비용 효율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과..
  7. 신한금융그룹, 1분기 당기순이익 1조4883억원…전년比 12.6%↑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은 25일 인터넷·모바일 생중계를 통해 2025년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1조4883억원을 시현했다고 발표했다.신한금융그룹의 1분기 실적은 전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한 가운데 지난해 1분기에 발생한 홍콩H지수 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 효과의 소멸 및 안정적 비용 관리 등에 힘입어 두 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