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젊은이여, 너 자신을 알라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9-08 17:22:07

기사수정
  • 변신과 적응의 리더십 : 알키비아데스 (2)

소크라테스는 청년 알키비아데스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평형수 같은 구실을 했다. (이미지는 한 입시업체의 광고삽화)알키비아데스 주위에는 아테네에서 한 가닥 한다는 인물들이 쉬지 않고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알키비아데스에게 매료당한 건 단지 그의 잘생긴 얼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간의 외면적 조건을 발가락의 무좀균만도 못한 하찮은 요소로 치부한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알키비아데스의 정신적 지주였다는 사실이 그 생생한 증거였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의 외모와 배경이 그의 성장잠재력을 오히려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소크라테스가 생각하기에 알키비아데스 주변에 몰려든 자들의 대부분은 잔칫상에 올린 기름진 음식의 냄새를 맡고 날아온 비루한 날파리들일 따름이었다.

 

알키비아데스가 여느 인물 좋고 집안 빵빵한 귀족 청년들처럼 겉멋에만 물든 젊은이였다면 소크라테스가 왜 그를 특별히 아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아니, 까칠하고 깐깐하기로 아테네 사회에서 정평이 자자했던 소크라테스가 알키비아데스에게 아예 처음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소크라테스는 당대의 그리스 세계를 대표하는 소문난 추남이기도 했다. 더욱이 청년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도한다는 핑계로 젊은이들과 이리저리 어울려 다니느라 집에다 생활비도 제대로 가져다주지 못할 만큼 늘 돈에 쪼들리고 있었다. 기인이자 가난뱅이인 소크라테스와 돈 많은 꽃미남 알키비아데스의 조합은 누가 봐도 완벽한 비대칭에 다름 아니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 이외의 나머지 지인들에게는 쌀쌀맞기 그지없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친구인 아니토스의 초대를 받자 초대장을 보낸 이의 집에 예고도 없이 찾아가 식탁 위에 놓인 값비싼 금잔들과 은그릇의 절반을 제 집으로 마음대로 가져가버렸다. 알키비아데스의 무례한 행동보다도 더 어이없는 건 아니토스의 반응이었다. 그는 식기의 절반만 없어진 데 되레 감지덕지했던 것이다. 알키비아데스의 인기와 콧대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증명하는 일화이다.

 

알키비아데스는 종잡기 어려운 기분파였다. 아테네에 체류 중인 어느 외국인으로부터 상당량의 금화를 선물 받은 알키비아데스는 금화를 돌려주며 국유지의 경작권 입찰에 참여할 것을 채근했다. 돌려받은 금화로는 낙찰가에 터무니없이 모자랐던 터라 망설이는 외국인에게 알키비아데스는 거의 협박조로 응찰을 종용했다.

 

알키비아데스의 성화에 못 이겨 경매에 나선 외국인은 돈도 턱없이 부족한 주제에 최고가의 경매가격을 이판사판으로 불러 경작권을 낙찰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사기 입찰을 자행하게 된 외국인이 조만간 초래될 끔찍한 후과를 예상하며 풀 죽은 표정을 짓자 느닷없이 알키비아데스가 백기사처럼 나타나 보증을 섰다.

 

의외의 사태 반전에 모두가 놀랐다. 알키비아데스는 경작권을 다투던 농부들로부터 즉석에서 걷은 웃돈 전액을 외국인의 손에 쥐어주면서 경작권을 그들에게 팔라고 권유했다. 알키비아데스에게 바로 전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금화를 선물했던 인심 후한 외국인은 긍정적 의미에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 되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순수한 선의에서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과, 뭔가 뜯어먹을 게 없는지 하며 능글맞게 알랑방귀를 끼는 인간들을 귀신같이 정확하게 구분하는 예리한 선구안을 지니고 있었다.

 

허나 알키비아데스 또한 근본은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인지라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데 수시로 탐닉했다. 육욕을 향한 그의 타오르는 본능적 욕정은 소크라테스의 힘으로조차 제어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여러 명의 중세 서양화가들이 알키비아데스가 화류계 여성들의 치마폭에 푹 파묻혀 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겠는가?

 

알키비아데스를 진정으로 강력하게 잡아끈 유혹의 원천은 출세와 영광에 대한 주체 못할 열망이었다. 그는 자기가 일단 세상에 등장하기만 하면 페리클레스마저도 단숨에 능가하는 천하제일의 영웅으로 화려하게 부상할 것이란 확신을 품고 있었다. 알키비아데스가 과대망상에 가까운 과도한 자신감에 도취될 때마다 소크라테스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알려진 한마디 죽비소리로 이 당돌하고 야심만만한 젊은이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도록 일깨워줬다.

 

“너 자신을 알라!”


관련기사
TAG
1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경기도, 초등 4학년 12만 명 대상 치과주치의 사업 시작 경기도는 5월 2일부터 도내 초등학교 4학년생 약 12만 명을 대상으로 지정 치과에서 무료 구강검진과 교육, 예방진료를 제공하는 ‘2025년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시작했다.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은 영구치 배열이 완성되어 구강건강 관리에 효과적인 초등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경기도가 매년 시행하는 아동 구강관리 정.
  2. 과천시, 행안부 재정집행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 선정…전국 시 단위 그룹 1위 차지 과천시, 행안부 재정집행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 선정…전국 시 단위 그룹 1위 차지과천시가 2025년 1분기 행정안전부 주관 지방재정 집행 평가에서 전국 시 단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선제적·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도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과천시의 의지가 담긴 결과이다.과천시는 지난해 ...
  3. 인천 연수구, 재난 대응 교육과 민·관 합동 양수기 가동 훈련 연수구(구청장 이재호)는 여름철 집중호우 등 자연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역 내 15개 동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재난 대응 교육과 민·관 합동 양수기 가동 훈련을 진행했다.이번 활동은 동별 자생 단체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이날 교육은 여름..
  4. LG U+, e스포츠 행사서 안심 와이파이 경쟁력 선보인다 LG유플러스가 e스포츠 팬들이 모이는 `2025 젠지 홈스탠드` 행사에서 차별화된 인터넷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e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1020세대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 대비 4배 이상 빠른 와이파이7 공유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LG유플러스는 오는 3일과 4일 수원시 영통...
  5. 평택시, `e편한세상비전센터포레 아파트` 금연아파트로 지정 평택시(시장 정장선)는 시민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1일 `e편한세상비전센터포레 아파트`를 공동주택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공동주택 금연구역(금연아파트)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입주자 대표 또는 공동주택 관리자가 세대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 신청하면 4곳의 공용구역(복도, ...
  6. “서울이 통째로 테마파크” 황금연휴엔 ‘서울자유이용권’ 서울시가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도심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서울자유이용권’ 콘셉트의 다채로운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이번 연휴 동안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DDP 등 도심 주요 명소를 비롯해 뚝섬한강공원, 서울대공원, 서울어린이대공원 등 전역에서 이색 행사와 공연이 연일 이어진다. 특히 ...
  7. 인천 동구, 국내 유일 치매친화 영화관 `가치함께 시네마` 운영 인천 동구(구청장 김찬진)는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치함께 시네마`를 4월 30일∼6월25일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운영한다고 밝혔다.`가치함께 시네마`는 국내 유일의 치매 친화 영화관인 인천 미림극장에서 운영되며, 치매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치매가 있어도 누구나 안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