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제약수출의 물꼬를 튼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임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 약국’을 열어 제약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하고 48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동안 회사는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임 회장은 제네릭(복제약)에만 의존하던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개발’이라는 화두를 던진 인물로 꼽힌다. 한미약품도 1990년대까지는 제네릭 판매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다졌다.
임 회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수익을 개량신약과 혁신신약 개발에 투자했다. 단기적으론 개량 신약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 신약을 완성하는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이다.
그 결과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개량 신약을 선보였다. 평소 임 회장의 지론도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는 것이었다.
한미약품은 창업주의 뜻에 따라 매년 매출액의 최대 20%에 이르는 금액을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매출의 10% 이내를 신약 개발에 투자하다가 국내 최초의 복합신약인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이 출시된 2009년 이후부터는 13% 이상으로 투자가 확대됐다.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제약사가 손에 꼽을 정도인 국내 제약 산업에서 한미약품은 지난 10년간 약 2조원을 R&D에 투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종윤ㆍ종훈씨, 딸 주현씨가 있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