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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개학 ‘졸속개학’으로 전락?
  • 박정현 기자
  • 등록 2020-04-01 18: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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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반시설·콘텐츠 등 준비 미비
  • 교사·학생·학부모, 온라인수업 적응기간 부족
  • 유치원은 휴업 무기한 연장… 맞벌이 돌봄부담 커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이 치러지는 가운데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등 교육계는 일주일 새 온라인수업이 차질 없이 준비될 수 있겠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서 수업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개학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온라인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개학에 대한 교육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교육부가 4월6일부터 등교개학이 아닌 온라인개학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교실은 계속 비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시의 한 고등학교(사진=김대희 기자)[서남투데이=박정현, 안정훈, 서진솔 기자] 교육부는 지난 달 31일 온라인 개학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4월9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16일에는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및 초등학교 4~6학년이, 마지막으로 4월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이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

 

기기·컨텐츠·활용능력 등 준비 안 된 졸속 시행 

 

온라인개학 준비 첫날인 1일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각급 학교들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발 빠른 학교는 교육부 발표 하루 만에 온라인강의 시범운영을 실시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당장 스마트기기와 수업사이트(플랫폼)를 다루는 것만 해도 교사와 학생들 개개인별로 편차가 클 뿐 아니라 이러한 활용능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작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는 아직 온라인 강의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들이 기자재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만 해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며 “출결이나 평가에 대한 지침도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온라인수업의 기반시설과 콘텐츠가 통일성 있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학교별, 학급별로 학습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학교 현장에서 일주일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준비가 좀 더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수업 내용 중에 실습이 더 중요한 예체능·실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온라인 개학에 뚜렷한 대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영상자료를 통한 수업은 가능하지만, 결국엔 실습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고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분해하고 조립하고 만지는 과정이 필수인데 이런 수업이 대체 불가능하다. 비단 자동차 수업뿐만 아니라 음악, 발레 등 예체능도 현장 수업 없이 온라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울자동차고의 한 교사는 “자동차학과 선생님들 가운데 엔진을 분해 조립하는 영상 파일을 제작해 놓은 게 있어서 먼저 개요를 설명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학생들이 영상 수업을 하면서 기계를 만지고 서로 소통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교육 준비를 해야 하는데 실효성 면에서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광명시의 한 학부모는 “현재 가정 내의 온라인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에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어촌지역의 경우 데스크톱 컴퓨터를 구비하지 못한 가정도 있으며 맞벌이나 학부모의 지식 부족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 학습을 도와줄 여건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학부모는 또 “학생마다의 개개인별 상황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대책을 세워 온라인개학에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원 “휴업 너무 길어”… 학부모들 “돌봄 공백 크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 달 31일 온라인개학과 유치원 무기한 휴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이처럼 학교는 온라인개학 준비 미비로 인한 혼선이 예상된다면 유치원 등은 휴업 무기한 연장으로 인한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에게 전달할 편지와 유치원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 활동 안내지를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면서 “유치원에서는 휴업이 앞으로 한 달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휴업 연기가 길어져 월급도 못 받게 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돌봄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리시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유치원 뿐 아니라 교회 돌봄도 운영을 중단해서 월차를 사용하거나 부모님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 송도 맘카페에서도 아이들 돌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닉네임 ‘따벙jjang’은 “유치원 휴업 무기한 연기라는 소식에 힘 빠진다. 다음 주부터 두 아이들을 긴급돌봄 맡겨야 할 것 같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전했다. 

 

닉네임 ‘축복튼튼mom’은 “가을에 또 유행한다는 말도 있어서 고민된다. 유치원도 힘들 텐데 그만둔다고 말하기도 미안하고, 이래저래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학원 “개원은 해야 하는데 정부 대책 없다” 목소리 

 

한편 학원가는 어떨까. 

 

부천시 학원가 중 대부분은 정부 권고에 따라 1~2주 내외의 휴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휴업은 어려워 속속 개원에 나서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최대 고민인 입시 문제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면서 학교 수업일정에 맞춰 강의를 진행해야 하는 학원들도 개원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학원을 밀접접촉시설로 분류하고 있는 정부는 여전히 학원의 개원에 대해 탐탁치 않아 하는 눈치다. 

 

이에 학원가는 정부의 대책 중 학원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어 학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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