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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① “부천 대장신도시 사업비, 4대강 사업비와 맞먹어”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19-06-13 15: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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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3기 신도시, 참여정부 2기 신도시처럼 돼선 안 된다
20세기 전반의 한국인의 의식과 행태를 지배한 열쇳말은 ‘식민지’였다. 20세기 후반의 한국인의 의식과 행태를 지배한 열쇳말은 ‘전쟁’이었다. 21세기가 여전히 초엽에 머물고 있는 지금, 한국인들의 의식과 행태를 지배하는 열쇳말은 뭘까?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라고 대답할 듯싶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그렇게 대답할지도 모를 사람들의 제일 앞자리에 서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물이다.

한국에서 신도시는 거대한 아파트 덩어리를 의미해왔다. 부천은 서울과 인천 사이에 끼어온 어정쩡한 도시였다. 김현미 건설교통부 장관은 그 어정쩡한 부천에 중동신도시에 이은 두 번째 신도시가 ‘대장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들어설 예정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부천에 세워질 두 번째 신도시가 과연 작게는 부천의 미래에, 크게는 수도권과 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과 파급효과를 미칠지 김헌동 본부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원 포인트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김 본부장과의 만남은 한여름을 방불하게 하는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던 2019년 6월 12일 수요일 점심시간 직후, 서울 종로구 동숭로에 위치한 경실련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문재인 정부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오정동‧원종동 일원에 수도권 3기 신도시의 일환으로 「대장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계획안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부천도시공사가 약 343만m²(104만 평)의 면적에 2만 호의 아파트와 함께 대규모 멀티스포츠 센터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대장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쾌적한 친환경도시로 태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자족기능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김포공항으로부터 발생하는 항공기 소음에 대한 불안감마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장신도시가 정부 장담대로 쾌적한 자족도시로 완성돼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가 있을까요? 아니면, 사회기반시설 부실한 기존의 수도권내 베드타운들의 숫자만 결과적으로 하나 더 늘리게 될까요?


2기 신도시는 왜 실패했을까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판교신도시에서만 토건자본이 7조 원을 챙겼다고 지적하며 대장신도시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김헌동 : 경기도 부천의 대장신도시에 2만 호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발표를 듣고서 저는 곧바로 판교신도시가 떠올랐습니다. 판교신도시는 참여정부가 폭등하는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면서 강남과 가까운 곳에 제2의 강남을 만들겠다며 2004년 4월에 건설 계획을 발표한 곳이었습니다.


판교신도시는 소중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허물고 조성한 신도시로 면적은 290만 평이었습니다. 초기 계획에 의거하면 판교신도시에는 1만 9천 호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계획을 변경해 1만 세대가 증가한 2만 9천 세대가 입주했습니다. 약 3만 호를 지은 셈이죠.


그럼에도 다른 신도시들과 견주면 판교신도시는 저밀도로 개발을 완료한 곳에 속합니다. 2기 신도시 10개 중에서 위치의 측면에서나, 기능의 관점에서나 그나마 잘 만들어진 곳이 판교신도시였습니다.


신도시 성공의 관건의 핵심은 신도시를 개발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신도시는 본래 멀쩡한 논밭이 자리해 있던 공간입니다. 그 논밭에 아파트를 지은 다음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해서 기존 도시 지역들의 지나치게 높은 집값을 떨어뜨리자는 게 신도시의 기본적 목적입니다. 


그러나 막상 주택 수요자들에게 분양할 시기가 되니까 어떤 결과가 빚어졌느냐? 집값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주변의 집값들 시세까지 되레 폭등시키는 부작용만 낳고 말았습니다. 판교를 비롯한 수도권 2기 신도시 사업은 그렇게 실패했었습니다.


공기업도 장사한 후과는


신도시에 짓는 집들은 싼값에 분양이 돼야 바람직합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공기업이 민간사업자들에게 땅을 매각한 탓으로 분양가가 높아지는 구조가 초래되었습니다. 참여정부 시기의 공기업들의 행태 역시 이익이 먼저인 민간사업자들의 태도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며 “공기업도 장사다”라는 취지로 언급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분양가를 인상했습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판교신도시는 원래는 평당 700만 원에 분양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랬다가 평당 1,300~1,400만 원으로 분양에 나섰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 격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공기업과 건설업자들이 저희 경실련의 계산에 따르면 8조 원의 막대한 이득을 국민들을 상대로 판교신도시 한 곳에서만 챙겨갔습니다.


정부가 판교신도시 건설 사업 사업비로 계산한 돈이 6조 원가량이었습니다. 토지보상비와 택지조성 비용으로 3조 원을 책정했습니다. 도시기반시설 조성에 들어갈 비용으로 3조 원을 잡았었습니다. 6조원을 들여 7조 원을 벌어간 겁니다. 다른 곳도 아닌 공기업이 말입니다. 그래서 경실련에서는 국가를 향해 공기업에서 부당하게 챙겨간 수익금을 환수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습니다. 저는 판교신도시에서 벌어졌던 황당한 사태가 대장신도시에서도 재연되지 않을까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장신도시 지구의 토지보상 비용은 평당 150만 원 정도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부분 논밭이나 임야인 이유에서입니다. 따라서 총 4조 5천억 원가량을 들여서 신도시가 들어설 땅을 정부에서 사들일 겁니다. 이 땅에 택지를 조성하게 되면 평당 60만 원쯤이 택지조성 공사비로 지출됩니다. 평당 210만 원의 사업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죠.


용적률을 기준으로 본다면 신도시에서 실제로 건물을 짓는 면적은 전체 신도시 부지의 절반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장신도시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그러므로 실상 들어가는 비용은 그 2배인 평당 400만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 평당 400만 원의 땅 위에 평당 400~450만 원의 건물을 짓는다면 대장신도시의 평당 분양가는 평당 800~850만 원으로 결정되어야 적정하다는 셈법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그렇지만 실상은 어떤가요? 대장신도시 주변의 아파트들 가격 시세는 평당 이미 1,500만 원에 가깝습니다. 판교신도시의 사례를 감안해보면 대장신도시의 분양가는 평당 1,500만 원에서 1,700만 원 사이에 달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판교신도시의 경우에서 목격했듯이 주변의 집값을 오히려 끌어올릴 것입니다.


아파트, 분양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헌동 본부장은 부천의 대장신도시가 분양 외의 방법으로 실수요자들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면 주변 집값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걸로 내다봤다. (사진=김대희 기자) 이제는 아파트를 지은 다음 꼭 분양을 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해야만 합니다. 신도시에 지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대신에 정부가 소유권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입주자들에게 임대를 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환매조건부로 입주시킬 수도 있습니다. 집을 일단은 샀다가 나중에 매각하게 될 때에는 반드시 국가에 되팔아야만 한다고 제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대안도 있습니다. 토지는 국가가 보유하면서 건물만 분양하는 방법입니다. 건물만 분양하게 되면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할 수가 있습니다. 


신도시에서 새 집이 싼 가격에 대량으로 나오면 기존 도시에 있는 낡은 주택들의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포석으로 신도시 건설에 착수했기에 노태우 정부가 추진했던 1기 신도시 사업은 나름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분당 5대 신도시가 기존의 집값을 안정시켰습니다. 5대 신도시가 비슷한 평형대인 서울 집값의 40퍼센트 수준에 국민들에게 분양되었기 때문입니다.


2시 신도시는 1기 신도시와는 딴판이었습니다. 판교를 비롯한 수도권 10개 지역에 신도시가 생겨났는데, 평당 700만 원에 충분히 분양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 두 배에 분양을 하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원인은 정부와 공기업이 민간사업자들에게 택지를 넘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여파로 파주 교하지구는 평당 1,500만 원에, 용인 동백지구는 1,700만 원에, 인천 송도 신도시는 1,800만 원에 분양가가 결정되었습니다. 참여정부가 2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한 건 2004년입니다. 실제로 분양된 시기는 2006년과 2007년 무렵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인 2019년에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토지매입과 택지조성 등과 같은 필수적인 제반절차에 필요한 시간들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분양이 이뤄지는 시점은 현 정부의 임기 말인 2021년과 2022년을 즈음한 시기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사업의 진행속도를 촉진시키려면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국민이 자신이 오랫동안 정 붙이며 살아온 땅을 순순히 내놓으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토지보상비를 터무니없이 고가로 책정하거나 또는 우격다짐으로 강제로 뺏어가기 일쑤입니다.


국토교통부의 밀실행정 이대로 좋은가


우리나라처럼 졸속으로 무리하게 택지를 조성해 도시개발 작업을 강행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다른 나라들에서는 신도시 건설에 보통은 수십 년이 소요됩니다. 사업 자체의 필요성과 경제성을 검토하는 데만 10년, 도시개발이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는 일에만 제각기 10년씩이 걸리는 연유에서입니다.


한데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신도시 개발 계획을 국토교통부 거의 혼자서 제멋대로 발표해왔습니다. 국회의 동의절차는 당연히 생략되곤 했습니다.


신도시 하나를 짓는 데는 정말 어마어마한 거액의 사업자금이 투여됩니다. 판교신도시 한 개만 해도 20조 원짜리 건설 사업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밀어붙인 4대강 정비 사업이 이와 비슷한 규모였습니다.


부천의 대장신도시라고 해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300만 평이 넘는 땅에 2만 채의 아파트를 건축할 경우 아파트 한 채를 5억으로 계산하면 통틀어 10조 원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아파트만 짓나요? 사무용 건물도 지어야 하고, 이런저런 기반시설도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은 20조 원짜리 천문학적 금액의 프로젝트로 귀결되는 겁니다. 대장신도시 하나만으로도!


3기 신도시 건설은 개당 20조 원 이상을 웃도는 엄청난 사업비가 투자될 신도시를 무려 5개나 탄생시키는 초거대 국책사업입니다. 이런 초거대 국책사업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밀실에서 몇몇 사람들과 자기들끼리만 결정해 발표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것도 겨우 1년 만에!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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