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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초등학교 정문의 불편한 '1m 통학로'···어쩌다 생겼나
  • 안정훈 기자
  • 등록 2019-04-25 13: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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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등부터 방음벽 사이 공간 고작 1m···학생 두 명이 걸으면 꽉 차
  • SH공사, "보도 최소 폭 1.5m 확보 요건은 충족했다" 궁색한 답변

구로의 신주거단지 항동지구에는 유난히 좁은 보도가 있다. 학생들이 날마다 등하교 시간에 걷는 초등학교 정문 앞의 통학로다. 


초등학생이 어머니와 손을 잡고 걸으면 통학로가 꽉 차 보인다. 친구 두 명이서 나란히 걷기에도 벅벅찬 너비다. 삼삼오오 재잘거리며 걷던 학생들은 이 길에 이르면 두 줄로 맞춰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 3월 개교한 항동초등학교 정문 앞 등하교 길의 풍경이다. 


항동초등학교 정문 방향으로 등교하는 학생과 학부모. 둘이서 걷자 보도가 가득 차 지나칠 수조차 없게 된다. 안정훈 기자

항동지구는 지난 2010년부터 서울특별시에서 준비한 주택개발지구다. 부천시 옥길동과 인접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역곡역, 온수역, 천왕역 등이 있어 대중교통 이용도 좋은 편이다. 구로구 역시 지난해부터 버스 노선을 신설하는 등 항동지구의 편의 증진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3월 입주한 항동 하버라인 아파트 주민들은 이미 상당수가 입주한 상태다. 이에 맞춰 항동초등학교 역시 올해 초 공사를 끝내고 3월 4일부로 개교했다. 


야심차게 계획되어 만들어진 곳이니만큼, 학교와 인근 보도의 계획에도 안전과 편의를 면밀하게 검토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2m가 채 못 미치는 보도는 '계획'이나 '검토'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다.


단순히 보도의 너비만 봐도 유모차나 휠체어 한 대가 간신히 지나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두 대의 휠체어가 반대쪽 방향에서 다가온다면 한 사람은 정문, 혹은 횡단보도까지 '후진'을 해야 한다.


구로구청에서 제공한 사업별 이행실적 자료. 항동초등학교의 예정 학생 수는 1,246명에 이른다. 자료출처=구로구청

항동초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학급 및 학생 수. 자료출처=항동초등학교

현재 항동초등학교 학생 수는 193명이다. 구로구청은 설립 계획에서 이 학교 학생 수를 1,246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동지구 입주가 완료되면 항동초등학교 학생 수는 6~7배가 증가한다. 


이 때가 되면 좁은 도로 탓에 학생들은 2열 종대로 줄을 서서 등교하거나 정문 앞 차도를 무단횡단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아예 정문이 아닌 후문만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정문은 군더더기 장식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같은 날 함께 개교한 하늘숲초등학교와 비교해 보면 차이는 극명하다. 넓은 보도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사람들 사이를 자전거가 지나가도 문제없을 정도다. 두 학교의 보도에는 어쩌다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올해 초 함께 개교한 천왕지구의 하늘숲초등학교 앞 인도와 비교하면, 초등학교 앞 너비의 차이는 더 극명해보인다. 사진은 하늘숲초등학교 정문앞 인도 모습.  안정훈 기자

구로구청에서 배포한 항동초등학교의 조감도를 보면 현 모습과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감도 속의 항동초등학교에서는 이 좁은 보도가 보이지 않는다. 조감도와 실제 모습이 완벽하게 일치할 수 없다고는 해도, 보도의 폭은 지나치게 좁다. 조감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음벽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로구청은 “아직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기반시설을 조성중이다. 구청으로 관리가 넘어오지 않았으니 공사 쪽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교한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아직 통학로 등의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항동초등학교 조감도. 사진=구로구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측은 학교 전면의 방음벽 탓에 보도가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SH공사에 따르면 교통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초기 항동초등학교 앞 보도의 폭은 2.25m였다. 이후 (교육)환경영향평가에서 방음벽을 설치하라는 결정이 있었고, 60cm의 공간이 사라졌다. 그 결과 현재 항동초등학교 앞 보도는 고작 1.65m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SH공사 측은 “보도의 최소 폭이 부득이할 경우 (보도를 최소)1.5m는 확보를 하게 되어 있다. 그 경우에는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보도에 가 직접 줄자를 통해 간격을 재봤다. 공사 측의 말처럼 1.5m 규정에는 15cm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충족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로등에서부터 보도 끝까지의 거리는 채 1m가 되지 않았다. 안정훈 기자

가로등에서부터 보도 끝까지의 거리는 채 1m가 되지 않았다. 안정훈 기자

그러나 SH공사 측의 해명에는 맹점이 있다. 바로 보도 안에 설치된 가로등이다. 가로등에서부터 방음벽까지의 거리는 1.5m라는 요건에 미치지 못했다. 1m 내외의 협소한 길이다. 최소한의 규정은 충족했다는 공사측의 해명이 궁색해보이는 대목이다.


공사단계에서 이 문제점을 놓쳤을 리는 없다. SH공사 측은 왜 이런 점을 외면한 채 공사를 진행했을까. 앞서 구로구청 측은 “아직 SH공사에서 기반시설을 조성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항동초등학교는 벌써 개교를 해서 첫 학기를 보내고 있다. 


공사 측은 개교 직전에야 간신히 공사를 끝냈을 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완공이라 부르기 어려운 완공을 한 셈이다. 학생들이 날마다 이용하는 학교 정문 앞의 유일한 인도가 언제까지 이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일까? 


SH공사에 따르면 이 불편하고 좁은 보도가 고쳐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를 다시 넓히려면 방음벽을 철거하고 다시 설치하는 대공사를 해야 한다. SH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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