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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람은 순간의 돌풍이 아니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5-24 17: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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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6 세대의 전면적 퇴장은 시대의 명령이다

당심(黨心)이라는 이름의 괴물


이준석은 나경원이나 주호영이 아닌, 당심이라는 크고 거대한 괴물과 싸우고 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이준석 바람이 거세다. 다음 달인 6월 11일 금요일에 실시될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일반 국민의 여론을 뜻하는 민심과 당내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당심이 따로 놀게 만드는 데는 가히 도가 튼 집단들이다. 두 당은 당심과 민심이 무관하게 존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정상적인 정당민주주의가 작동한 결과물이라고 오랫동안 호도ㆍ강변해왔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통된 핵심적 ‘수익원’은 양당이 그토록 오매불망 애지중지해 떠받드는 열성 당원들이 납부한 당비가 아니라, 보통의 국민들로부터 세금 형태로 사실상 갈취했다고 표현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국고보조금에 있다는 점이다. “권리는 사유화하고, 책임은 사회화”시키는 여의도 정치권 특유의 고질병인 도둑놈 심보가 제대로 발현된 셈이다.

 

당심과 민심이 따로 노는 구조는 작년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수도권에서 궤멸시키다시피 한 원흉이었다. 민심의 잣대로는 정치를 해서는 절대 안 될 인물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수로 뽑힌 사건도, 젊은 2030 세대의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극혐일 김진태ㆍ민경욱ㆍ차명진 등의 친박 성향의 강경극우 인사들이 태연히 공천을 받아 언죽번죽 선거에 출마한 사태도 민심은 태양계에 자리해 있는데 당심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대한민국 보수야당의 기이하고 엽기적인 정당구조 탓이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래로 보수정당의 만성질환처럼 돼버린 민심과 당심의 분리 증상은 국민의힙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급격한 호전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야당이 당심과 민심의 일치를 향해 느리지만 착실히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빠로 대변되는 사악한 당심이 무고한 민심을 더욱더 모질고 야멸차게 핍박하고 있다. 2021년에 정권교체가 실현될 확률이 부쩍 높아진 까닭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민심은 도대체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에 자칭 진보여당의 당심과 번번이 충돌하고, 타칭 보수야당의 당심과 꾸준히 갈등하는 것일까? 민심이 갈급해하는 일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일곱 살의 이준석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지지율 1위로 밀어올린 현상과 관련해 한 가지만 꼽자면 다름 아닌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동시에 과감하고 신속한 세대교체이다. 국민들은 ‘그때 그 사람들’은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좌파와 우파를 불문하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면서 대대적 물갈이와 근본적 인적 쇄신을 정치권 전체를 겨냥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나경원과 진중권은 왜 수레 앞의 사마귀가 되었나


나경원은 지금의 이준석과 비슷한 나이에 세대교체 후광을 누리며 정치권에 진입했다. (사진 김한주)

그럼에도 상당수 기성세대가 민심의 준엄한 명령을 천연덕스럽게 거부ㆍ능멸하고 있다. 이를테면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에는 시대가 왜 그의 모습을 더 이상 정치권에서 보기를 원하지 않는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경원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부름 내지 간택을 받아 여의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던 시점은 지금의 이준석과 비슷한 나이대였다. 그로부터 거의 사반세기가 흐른 현재, 나경원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이뤄놓은 구체적 기여와 가시적 성과가 뭔지는 아직도 아리송하다. 그가 국민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기억이라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BBK 의혹을 부인하며 내뱉은 “주어가 없다”는 희대의 명언 아닌 명언이 전부일 따름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과거에 세대교체의 후광을 누리며 정치권에 입문한 터이다. 나경원으로 바뀌면 착한 세대교체이고, 이준석으로 바뀌면 나쁜 세대교체라는 내로남불을 대놓고 꾀하지 않을 바에는 후배들에게 선선이 기회를 내주고 용퇴하는 게 누릴 만큼 누려온 선배로서의 당연하고 바람직한 의무이리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같은 내로라하는 진보 지식인도 지엽말단에 매몰돼 대세를 읽지 못하기는 진 전 교수의 서울대학교 동기동창생인 나경원과 50보, 100보이다. 진중권은 남한의 대다수 평범한 인민대중의 실질적 삶의 질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이른바 페미니즘 논쟁을 지루하고 집요하게 도발해가면서 이준석의 발목을 사사건건 붙잡고 있다. 진중권의 본래 의도가 뭐였건 요즘 그의 행동은 세대교체의 시대정신을 교묘하게 흠집 내려는 구태의연한 기득권 꼰대세대의 전형적인 단말마적 발버둥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돌풍은 없다. 돌풍은 한번 짧게 요란하게 불고 금방 스쳐지나갈 바람일 뿐인데, 이준석을 띄운 세대교체의 바람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해서 한반도로 불어올 계절풍이기 때문이다. 잠시 부는 돌풍은 피해갈 수 있지만, 장기간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계절풍은 그 누구도 피할 재간이 없다.

 

이준석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한 마리 제비이다. 제비 다리를 놀부처럼 심술궂게 부러뜨릴 수는 있어도, 오는 봄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벌써 30년째 정치권을 비롯한 다종다양한 사회 각 분야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채 악착같이 해먹는 것도 모자라 자기 자식들에게로의 부와 권력의 세습마저 뻔뻔스럽게 획책하는 철밥통 586들이 반드시 새겨야만 할 세상의 엄중한 필연적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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