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특화거리① 신당동 떡볶이 골목] 프랜차이즈로 인해 찾아온 위기··· 새 사업 추진 움직임도
  • 서진솔 기자
  • 등록 2020-10-30 11:47:24

기사수정
  • 한때 41개까지 늘었던 떡볶이 식당, 10개 점포·1개 노점만 남아
  • 중구, “상인협의체 구성하고 의견 수렴 및 사업 설계”
각 지자체 사업으로 조성된 특화거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방치되고 있다. 일부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마저도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서남권 특화거리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26일 수요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 거리가 한산하다. 2018년 지자체의 정비 사업을 통해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조정됐다. (사진=서진솔 기자)서울 대표 먹거리 명소로 자리매김했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프렌차이즈 떡볶이 브랜드에 밀려 예전의 명성을 잃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중구는 떡볶이 타운을 확장하여 새로운 특화 거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6일 수요일 점심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 거리는 한산했다. 이 자리에서만 35년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선화(가명) 씨는 ”오늘 점심에 두 사람한테 판게 전부다.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종일 세 테이블의 손님에게만 팔고 들어가는 적도 많다고 덧붙였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70년대 후반부터 서울의 대표 먹거리 명소로 자리 잡았다. 80년대에는 가게마다 사연과 함께 음악을 틀어주는 DJ가 등장하면서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떡볶이‘하면 자연스럽게 ’신당동‘을 떠올리는 문화가 이때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한때 41개의 식당이 성업했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현재 100미터 거리에 10개 점포, 1개 노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프랜차이즈 떡볶이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 골목 전체 매출이 줄었고,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어김없이 이곳에도 위기를 불러왔다.

 

20년 간 장사하고 있는 김남희(가명) 씨는 ”프랜차이즈 (떡볶이) 가게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장사가 어려워졌다. 코로나로 지금은 말도 못 한다“며, ”직원이 없어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와 떡볶이 타운 상인들은 2000년 무렵부터 매년 떡볶이 거리 축제를 열기도 했다. 구청에서 주는 지원금에 상인들이 회비까지 걷어 떡볶이 요리 경연대회, 매운 떡볶이 빨리 먹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4년 전부터 중단됐다.

 

당시 상인회 총무를 맡았던 박선화 씨는 ”구청에서 1000만원 지원했는데, 서류(접수 과정)가 너무 복잡했다“며, ”하나 틀렸다고 다시 해오라고 하는 게 반복되자 어느 순간 (장사하는) 사람들이 하지 말자고 해서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구, 새로운 특화거리 사업 추진··· 불법 주차 단속 CCTV 설치 계획도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 위치한 한 가게에서 판매하는 떡볶이 모습. (사진=서진솔 기자)

2015년 ’리모델링 활성화 구역‘으로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선정됐으나, 예산 문제로 취소됐다. 지자체는 2018년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정비하고, 전선을 지하로 매설하는 조치만 진행했다. 당시 상인들의 반대도 있었다. 일방통행으로 정비하면 접근이 편한 도로 입구 쪽 가게에 손님이 몰릴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도로정비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김남희 씨는 ”손님이 많았던 (도로) 앞쪽 가게들이 공사 이후에는 더 장사가 잘되고 있다“며 ”(당시) 불만을 얘기했지만, 힘없는 상인들은 (지자체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중구는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신당동 타운을 포함한 퇴계로76길 일대에 대한 ’안전하고 쾌적한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퇴계로76길은 떡볶이 타운 포함 세 골목을 아우른다.

 

하지만 사업 구상에 참여해야 할 떡볶이 타운 상인회는 3년 전 당시 회장이 장사를 그만둔 이후 명맥이 끊겼다. 새로운 상인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회장으로 나서는 상인이 없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중구 전통시장팀 관계자는 “떡볶이 타운 상권 활성화를 위해 기획하게 됐다”며, “초기 단계라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떡볶이 타운에서 상인회를 꾸리게 되면 상인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을 설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상인들은 지자체의 불법 주차 단속 CCTV 설치 움직임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선화 씨는 ”주차 단속까지 하면 멀리 지방에서 (떡볶이 골목이) 그리워서 오는 손님들은 부담을 느낀다“며 ”점심, 저녁 시간만 단속한다고 하는데 의미없다. 주차장을 제대로 마련해주거나 다른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구 주차관리팀 관계자는 ”상인들은 불법 주차 완화해주면 좋아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지금까지 피해를 많이 봤다. 보도, 차도 구분이 없기 때문에 (불법 주차로 인해) 통행이 불편한 상황“이라며 ”근처 신당 어린이집과 어린이 보호구역도 있다. 안전 문제도 있기 때문에 CCTV와 일반 단속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 조형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서진솔 기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10월 초 수출입 모두 감소… 무역수지 5억 달러 적자 관세청이 13일 발표한 2025년 10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입 잠정 통계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한 130억 달러, 수입은 22.8% 줄어든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조업일수 감소(3.5일)로 인해 전체 수출입 규모는 줄었지만, 일평균 수출액은 37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27.8억 달러) ..
  2.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첫 수출… 가스터빈 종주국 미국에 공급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첫 수출한다.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 가스터빈을 공급하며 한국 발전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와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 말까지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에너빌...
  3. 한국, 일본보다 AI 더 쓴다...‘한국 직장인 65% 이상 AI 경험’ 글로벌 문서 플랫폼 PDF Guru (https://pdfguru.com/ko)가 한국의 틸리온 프로, 일본의 Freeasy24와 협력해 한국과 일본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교 조사 결과, 한국이 AI 활용 경험과 학습 의지 모두에서 일본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인지도, 사용 경험, 활용 목적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한국이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Chat GPT(챗지피티)...
  4. 에쓰-오일 세븐 ‘피치스 런 유니버스’서 모터스포츠 팬 접점 확대 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의 엔진오일 브랜드 ‘에쓰-오일 세븐(S-OIL 7)’이 12일 열린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2025 피치스 런 유니버스’에 참여해 현장 관람객과 직접 소통했다고 밝혔다. 피치스 런 유니버스는 자동차 문화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Peaches.)가 주최한 행사로, 세계 최대 스포츠쇼인 F1(포뮬러원) 레이싱카 주행을 ...
  5. 구글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AI 혁신의 새로운 기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공개 구글 클라우드는 10일(현지 시간) 전 세계 모든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생산성, 고객 경험, 혁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를 공개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직관적인 제미나이 채팅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6가지 핵심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6. KB금융, 지난해 6조6545억원의 사회적 가치 창출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이 2일, 지난해 KB금융의 ESG 경영활동을 담은 ‘2024년 사회적 가치 성과 보고서’를 통해 총 6조6545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매년 ‘사회적 가치 성과 보고서’ 발간을 통해 고객, 주주 및 투자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KB금융의 사회적 가치는 비금융 부문인 사...
  7. IBK기업은행, 헝가리 개발은행과 중소기업 지원 업무협약 체결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 개발은행(MFB)과 ‘양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대외 통상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과 판로 다각화 지원을 위해 체결됐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접근성이 높은 거점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