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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과 원희룡을 잠시 생각한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6-11 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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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의 소원 성취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노무현의 꿈이었다. 김두관은 그런 꿈을 비욘드했다. (사진 김대희 기자) 

“곁가지가 더 날뛴다.”

 

김두관 전 경남지시와 원희룡 전 의원의 최근 행보를 보고서 필자에게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다. 두 사람은 현재는 21대 국회의원과 현역 제주특별자치도지사로 각각 신분이 변경된 상태다.

 

김두관 의원(이하 김두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후계자가 될 뻔한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이 40대 중반이었던 그를 참여정부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한 결정도,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제2야당인 새천년민주당이 합심해 그에 대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16대 국회의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사건도 당시에 김두관이 가졌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폭발적 잠재력을 증명하는 예화들이다. 김두관은 명실상부한 원조 리틀 노무현이자, 참여정부의 정통성 있는 초대 황태자였다.

 

2010년 6월 2일에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될 때까지도 김두관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고, 잠재력은 소멸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동기에서였는지 경남지사직을 전격 사퇴하고 대권에 도전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그는 2012년 대선후보 선출 경선에서는 당의 주류세력이 밀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데까지 이르고 말았다.

 

비주류였던 인물이 주류로 도약했다 비주류 신세로 돌아가면 그 상실감과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금단의 고통이 어마무시한 모양이다. 김두관은 지방군수 출신의 비주류에서 출발해 참여정부의 주류로 성장했다가 비주류로 원위치하는 파란과 곡절을 겪었다. 필자는 그러한 쓰라린 경험이 김두관으로 하여금 다시는 비주류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굳히게 만드는 운명적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왜냐면 김두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조국기 부대의 선봉장을 자임한 일도,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의원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실들이 연달아 불거지는 와중에서마저 윤 의원을 막무가내로 두둔하는 행동도 비주류의 숙명일 눈물 젖은 빵을 결코 다시 먹을 수는 없다는 불퇴전의 각오의 발로라밖에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주류의 자리만 꿰차면 장땡이라는 식의 천박한 성공제일주의와 기회주의적 출세지향주의는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선 나라를,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노무현 정신과는 그야말로 상극이라는 점이다. 김두관은 한때 「비욘드(Beyond) 노무현」을 캐치프레이즈로 표방한 적이 있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는 오랜 숙원인 「비욘드 노무현」의 꿈을 마침내 이뤄냈다. 꿈은 이루어진다. 때로는 물구나무 선 형태로.

 

원희룡, ‘보수의 남(男)전사’로 변신하나


원희룡에게 보수는 목적이 아니라 주류가 되기 위한 임시방편의 수단일지 모른다. (사진 김대희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이하 원희룡)은 문자 그대로 소년급제의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이다. 학력고사 전국수석으로 나이 20살도 채 되지 않아 전국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그게 소년급제가 아니면 또 무엇이겠는가? 그는 공부 잘하는 게 타의 모범이 되는 시기에는 열심히 학업에 전념했고, 학생운동이 대세인 시절에는 기꺼이 시위에 참여했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고, 대세에 따라야 안심이 되는 강박적 성격의 소유자가 자신이 남들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원희룡은 보수가 되고 싶어 보수가 되지 않았다. 그는 주류가 되고 싶어 보수가 되었다. 원희룡에게 보수는 수단이고, 주류는 목적이다. 따라서 그는 이왕 보수가 된 바에는 주류 보수가 되어야 한다. 한데 한국의 주류 보수는 박근혜는 억울하고, 문재인은 물론 심지어 김종인조차 빨갱이라는 아집과 망상에 여전히 빠져 있다. 어쩌겠는가? 남을 바꿀 수 없으면 내가 바뀌어야지. 원희룡이 느닷없이 김종인을 저격하며 ‘남자 이언주’로 거듭난 배경이다.

 

김두관은 자신이 속한 진영에서 주류가 되고 싶어 한다. 원희룡도 자기편에서 주류가 되기를 바란다. 주류 진보의 기준에서 김두관은 진보의 주류와는 애당초 족보부터가 다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주류로 행세하려면 이른바 서울 메이저 대학의 졸업장, 정확히는 입학증명서가 필요하건만 김두관에게는 하필이면 이게 없다.

 

남한땅에서 보수의 주류로 군림하려면 영남 지역에 연고를 두어야만 한다. 만약에 경상도 호적이 없다면 그 대용품으로 칙칙한 공안검사 경력이 필요하다. 원희룡의 고향은 제주도이다. 그는 검사로 잠깐 생활하기는 했지만 공안검사가 아닌 보통검사였다. 원희룡이 보수의 주류로 올라서기에는 처음부터 자격미달인 까닭이다.

 

아웃사이더의 비극은 그들이 인사이더가 되겠답시고 주류보다 더 주류스러운 짓거리에 몰두하면서 잉태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독일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나선 히틀러의 국적은 정작 오스트리아였다. 나치스 정권의 선전부 장관으로서 악명을 떨친 괴벨스의 외모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이상적인 아리아인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김두관이 진보진영의 주류 자리를 끝까지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원희룡이 보수세력의 주류 지위를 확고히 차지할 수 있을지, 비주류의 조건만 정확히 골라 갖춘 필자로서는 전연 알 수가 없다. 단지 분명한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막론하고 중요한 심판의 순간이 닥치면 극성스러운 곁가지들이 진짜 주류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불쏘시개로 제일 먼저 늘 쓰여 왔다는 것이다.

 

이제 마무리를 짓자. 칭기즈칸이 양치기 무리의 주류로 지내는 데 만족했다면 저 강대했던 몽골제족은 세계사에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스마트폰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주류를 흉내 내는 비주류 노릇에만 안주했다면 우리들 가운데 대다수는 아직도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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