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불법 음식물 분쇄기 행정처분 2년간 방치돼, 환경부 직무유기 심각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3-10-07 20:06:27

기사수정
  • 불법 개조로 인증 취소 당한 뒤 이름, 모델번호만 바꿔 재인증
  • 진성준 의원, "불법 개조 등 위법행위 반복되지 않도록 처벌 규정 강화 필요"

불법 개조된 분쇄기가 적발돼 인증을 취소당하고도 곧바로 재인증을 받아 탈법적으로 유통되는 문제가 밝혀지면서,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한국물기술인증원이 불법 제품을 유통한 업체에 대한 행정 처분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정집에 설치된 음식물 분쇄기(기사의 특정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없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3년 사이 불법 개조가 적발돼 인증 취소된 분쇄기 제품은 46개종에 달했다. 제품 인증 취소를 경험한 업체도 19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8월 기준 인증 허가를 보유한 업체는 32개사, 이들이 제조·유통하는 제품 93개종에 비춰보면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인증 취소 사유는 ▲배출거름망 제거(23개 제품) ▲회수부 탈리(12개 제품) ▲우회배출구 설치(6개 제품) ▲고정거름망 변조(2개 제품) 등이었다. 모두 분쇄한 음식물쓰레기를 하수구로 직접 배출할 수 있도록 불법 개조한 것들이다.

 

상위법인 하수도법은 분쇄기의 제조·유통·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분쇄한 음식물의 최대 20%까지만 하수관에 배출하고, 나머지 80%는 분리 배출하는 조건으로 가정 내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소비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제조·수입·판매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업체가 분쇄기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선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의 KC 인증과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주방용 오물분쇄기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주방용‘오물분쇄기’(이하 분쇄기)를 판매하는 A업체는 지난 1월 20일 한국물기술인증원(KIWATEC)으로부터 제품 인증을 취소당했다. 분쇄기에 우회 배출구를 설치해 음식물쓰레기를 하수도에 직접 흘려보내도록 불법 개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는 인증 취소 18일만인 2월 7일, 다시 제품 인증을 받아 버젓이 판매를 이어갔다. 제품 모델명을 ○○○-550에서 ○○○-551로 숫자 하나만 바꾼 유사 제품이었다.

 

B업체는 분쇄기의 핵심 부품인 거름망을 제거해 버렸다. 잘게 갈린 음식물쓰레기는 거름망에 걸러지지 않은 채 하수도로 곧장 흘러갔다. 불법 개조가 적발돼 지난 1월 20일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제품 인증을 취소당했지만, 5개월 만인 6월 15일 다시 제품 인증을 받아냈다. 이번에도 제품명만 ○○○-551에서 ○○-551로 한 글자 빠졌다. 두 제품은 같은 KC 인증번호를 갖고 있고, 설계도면도 같았다. 심지어 현재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것은 인증이 취소된 제품이다.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분쇄기의 불법 개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주무부처의 행정 처분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분쇄기가 적발돼도 재인증이 쉽고, 인증 취소 외에 행정 처분이 없어서 불법 제품 유통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기술물인증원은 적발 업체를 상대로 최장 2년이 넘도록 행정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술물인증원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인증 취소 처분을 받은 19개 업체를 상대로 뒤늦게 고발 방침을 밝혔다. 적발 시점과 고발 시점의 간격은 최소 7개월에서 2년 5개월에 달했다.

 

불법 분쇄기 문제가 커지면서 환경부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제도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환경부가 2020년 발주한 ‘주방용 오물분쇄기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는“현행 오물분쇄기 제도는 적법한 유통·사용의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제도 운용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진성준 의원은 “불법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사용이 계속 지적됐지만, 환경부가 적절한 행정처분을 취하지 않아 사실상 이를 방조하고 있다”며 “불법 개조 등 위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행안부 차관, 차세대지방세입시스템운영상황 점검 행정안전부 고기동 차관은 5월 13일(월) 오후 3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차세대지방세입시스템 운영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이번 회의는 최근 위택스 접속 지연 조치상황 등 시스템 운영상황과 향후 정기분 세목 부과․고지를 위한 준비현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개최했다. 한편, 고 차관은 지난 5월 9일에도 용인특례시청 세정..
  2. 건설자재 업계와 소통과 협력, 자재수급 안정화 방안 모색한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오후 서울에서 건설자재 업계와 열한 번째 국토교통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요 건설자재인 골재, 레미콘, 시멘트, 철강업계를 비롯한 건설업계와 산업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 건설경기 회복과 자재시장 안정화를 위한 업계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건...
  3. 행안부 소속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 13일 출범 행정안전부는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행정체제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검토하고, 향후 추진과제를 발굴할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가 5월 13일 출범했다고 밝혔다.1995년 7월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인구감소·지방소멸,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복잡한 행정수요 증가 등 행정환경의 급...
  4. 공공 사전청약 제도적 한계 고려, 신규 시행 중단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 사전청약(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청약 시행단지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제도 도입 초기인 ’21.7월~’22.7월에 사전청약을 시행한 단지들의 본청약 시기가 본격 도래하고 있으나, 군포대야미와 같이 본청약 일정이 장기 ..
  5. 행안부, ‘낡고 오래된 지방규제’ 일제히 정비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와 함께 조례나 규칙 속에 있는 규제 중 시행한 지 오래되어 사문화된 지방규제를 일제 정비한다고 밝혔다.5월13일부터 올해 말까지 ‘2024 지방규제 일제정비’ 기간을 운영하고, 지자체와 합동으로 지방규제 약 4만여건에 대해 전수조사하여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계획이다.각 지자체는 자체 정비계획을 수립하...
  6. ‘강서 미라클메디특구’ 의료 관광객 유치 총력 서울 강서구(구청장 진교훈)가 `강서 미라클메디특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국제 의료관광 허브 도시 구현에 나선다.구는 오는 17일 오후 3시 30분부터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강서 미라클메디특구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강서 미라클메디특구`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5년 지정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이후...
  7. ‘한강 리버버스’ 명칭 공모…13일~22일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 서울시가 전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는 10월 한강에 선보이는 수상 교통수단 ‘한강 리버버스’의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서울시는 이달 13일(월)부터 22일(수)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역‧연령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리버버스&rsq...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