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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페미니스트가 되시라, 남성 페미니스트가 안아드리겠다
  • 오종호 기자
  • 등록 2018-07-13 1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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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두산 성당

국민학교 5학년 때였을 게다, 당시 마포구 합정동에 살던 나는 일요일 새벽이면, 담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동네골목을 쓸어야 했고, 그러면서 알게 된 옆 골목 사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러다 어찌어찌 청소가 끝난 어느 날 일요일의 아침에 그 여학생의 손에 이끌려, 근처의 절두산 성당으로 향해야했다, 요새 말로 썸타는 것의 시작인지도 모르겠으나...

가면서 알게 된 사실이 그녀는 우리학교 6학년이었다. 결국 나는 그녀에 대한 썸 모드에서, 그 누나에 대한 복종의 모드로 바뀌었다.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몇 번 간적이 있고, 교회를 다녀 온 나는 진정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 결심도 했었으나, 내 신심은 길게 가지 못 했다.


그런데, 성당은 건물의 위압감은 물론 예배(미사라는 단어는 한참 더 커서야 알았다)가 너무 무서웠다. 판사 같은 옷을 입은 신부님이 하는 말씀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교회에 함께 갔던 친구와는 설교 시간에 몰래 떠들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는 경건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나는 짓눌렸다.


그런데? 예배가 끝날 때 신부님이 과자를 나눠 주시는 거다. 그것도 신도들이 줄을 서서 한입, 한입, 하나씩만, 하나씩만 차례로 입으로 받아먹는 거였다. 너무 맛있어 보였다.(교회는 사실 먹을 거 잘 준다.)


친절하던 그 누나는, 나를 반강제로 성당으로 데려왔던 그 누나는, “너는 먹으면 안 돼”라고 말하며, 나를 두고 그 줄의 뒤에 섰다. 나는 삐졌다.


새벽청소를 한동안 안 나갔다.


새마을운동의 실적을 매번 확인하는 담임의 성화에 2, 3주인가 지나 나간 새벽청소에서 그 누나는 다시금 청소 후 성당 행을 요청했다. 간청도 했다. 그래서 내가 한 반응이라는 것이 “그럼, 가면 그 과자 먹을 수 있어?”...“?”


가는 길 내내 그녀는 내게 주의를 주었다. 입을 너무 크게 벌리지 마, 씹어 먹으면 안 돼. 혓바닥 내밀지마...(더는 기억도 안 난다)


결국 무섭고, 지루한 미사가 끝나고, 그 누나의 페인팅 끝에 나는 ‘만나’(그 때 나는 그 과자의 명칭을 그렇게 들었다)를 신부님 손에서 입으로 받아먹었다.


아무 맛도 없었다. 이게 뭐야? 너무나 허무했다.


그 과자? 만나?...가 '영성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신수동 성당에서 너무 가까웠고, 동기들 중 천주교 신자가 꽤 많았고, 하필 그들과 내가 친해서다.


세례를 받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영성체를 체화한 나는, 세례를 받지 않으면 갈 수 없는 피정도 그들과 함께 갔다. 나는 영성체가 과자가 아닌 것을 알았고, 맛도 없는 그것을 그들만 먹는 것에 대해 아무런 질투도 삐짐도 생기지 않았다. 그들을 존중하는 것은, 그들의 의식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의 의식이 무엇이든 나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존중한다. 싱가포르 상가의 한 가게에 들렀는데, 마침 기도시간이어서 기다려달라는 무슬림인 가게 주인을 보내고, 그가 돌아오기까지 30분도 더 그 빈 가게에서 우두커니 서서 기다렸었다. 구입한 물건은 만족, 가격도 만족.


나는 종교가 없다.


워마드인지, 페미니스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짐작하는 페미니스트는 여성일반이고, 남성일부다.


우리는(소위 86세대) 독재와 싸우면서, 독재를 닮았다는 비판도 들었다. 인정한다.


혜화동에서 모인 그들이 여성이기에, 그 주제였기에, 그 중의 대부분은 페미니스트라 생각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연대해야한다. 아니 소수자, 피압박 계층은 함께 연대해야한다. 남성의 대부분도 약자고, 소수자고, 피압박 계층이다.


남성에도 페미니스트가 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공부하면서 나는 그것을 배웠다. 90년대 연애하면서 운동권 그녀에게 또 다시 강화 학습을 받았다.


내가 충격 받은 것은 ‘재기하라’보다 ‘태일하라’였다.


재기하라는 재기에 대한 모독이 아니다. 태일하라는 태일에 대한 모독이다.


여공에게 풀빵 사주고, 차비 없어 2시간을 걸어가던 그가, 미싱사로 상대적으로는 우월한 지위였던 그가 ,자신의 노동권보다 시다인 여성의 노동권을 위해 불사른 그를...


좋다. 일베의 여혐에 대한 미러링이라도 좋다.

그러나 일베가 조롱하고 적대시하는 그 대상을, 일베를 공격하기 위해 일베의 적에 대해 일베 처럼 공격한다면 일단 전술이 후진 거 아닌가? (적의 적은 내 우군이다, 간단 전법) 전술조차, 더구나 전략조차 모른다면 빨가벗고 활 쏴 봤자다.


워마드? 일베를 공격하다, 일베가 되지 마시라. 남성 중 일베는 1%도 안 된다.

남성의 대부분은 우리 어머니, 우리 아내, 우리 딸인 그대들에게 연대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페미니스트가 되시라, 페미니스트로서 안아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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