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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④, “정치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4-20 17: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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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당은 민주당을 ‘노예주의 후손들’이라 비판하지 않아
세대교체 요구가 거세게 일어날 때마다 현재의 기득권을 누리는 기성세대는 “우리가 젊었을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라는 볼멘소리를 방어논리로 내세우며 청년세대의 도전을 억누르려 시도하곤 한다. 산업화 세대는 중동 사막에서의 고생담을, 586 세대는 시위 현장에서의 투쟁담을 각각 앞세우며 그들이 나이 들어 누리는 부와 권력과 명예를 정당화했다.

산업화 세대가 박근혜 탄핵에 극렬하게 저항하며 광화문 광장을 뒤덮은 태극기 부대로 결집한 정신적 동기도, 민주화 세대가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며 서초동으로 주말마다 몰려간 심리적 동인도 자신의 과거가 부정당하고 있다는 불편한 감정을 또래세대와 집단적으로 공유한 탓이었다.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은 과거의 성과와 업적에 기대어 현재의 과오와 일탈을 합리화하는 행동은 책임윤리에 어긋나는 태도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토착왜구 프레임은 자승자박


신철희 소장은 역사의 진실에 무지한 맹목적 정치공세의 모순을 신랄히 질타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조선 인조 임금 시대의 주전파는 청나라와의 결사항전을 촉구했던 양반 사대부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정묘호란이나 병자호란 당시에 오로지 입으로만 싸웠을 뿐이지, 자기 손으로 적병을 향해 조총 한번 쏴본 적이 없습니다. 전쟁은 천한 아랫것들이 하는 거라는 핑계를 대면서요. 입으로만 하는 반일운동이 조선시대 주전파의 재림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사실 저도 집에 있는 일본제품을 이참에 내다버릴 작정이었는데 저희 집에는 국산이건 일제이건, 미국산이든 중국산이든 변변한 물건 자체가 없더라고요. (웃음)

 

신철희(이하 신) :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가운데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사가 제작ㆍ판매한 렉서스를 끌고 다녔던 분이 계셨는데, 문제의 차량을 최근에 팔았다고 합니다.

 

공 : 지인들 자식들에게 인심 좋게 스펙 잘 만들어준다는 그분 말씀인가요. (웃음) 제가 비록 집에 일본제품은 거의 없지만 대신에 왕년에 잘나갔던 일본 여성 아이돌 가수는 좋아합니다. 저는 좋아하면 공개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하지, 앞에서 싫어하는 척하면서 뒤에선 애호하는 호박씨 까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분위기는 특정 정치인이 주제로 떠오르며 다시 진지해졌다.

 

신 : 윤미향 의원과 관련된 일들이 문제시되자 윤 의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토착왜구로 매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친일파로 전부 뭉뚱그려 비난하는 경우마저 생겨났습니다.

 

공 : 그러한 신경질적인 정치공세는 종국에는 자기 발등만 찍고 말았습니다. 왜냐면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남편이 아예 일본 도쿄에 집을 장만했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의 딸은 일본의 한 유명 사립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왔고요.

 

신 : 세상은 칼로 물 베듯이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더군다나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갈 수도 없습니다. 이를테면 일제 강점기에 항일운동에 투신한 독립지사들 중에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친일파로 몰아붙이는 짓이 단견인 이유입니다.

 

공 :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적 뿌리를 더듬으면 일본 유학파와 떼려야 뗄 수가 없지 않나요?

 

신 : 더불어민주당의 모태라고 칭할 수 있는 한국민주당은 친일 성향의 대지주들 주도로 창당된 정당이었습니다.

 

공 : 한민당을 빼놓으면 민주당 계열 정당들의 역사가 설명이 되지를 않더라고요.

 

신 : 자신들의 정치적 근본이 친일파 지주들인 사실에는 애써 눈을 감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여건상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토착왜구로 마구 무차별적으로 성토하니 국민들이 보면 얼마나 황당하고 생뚱맞은 모습이겠습니까?

 

일본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발전시키자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우리민족이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시절을 겪으며 당해야만 했던 모진 고통과 가혹한 수난에 대해 치를 떨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 : 제가 남을 토착왜구로 음해하는 인간들을 보면 등짝을 쓰레빠, 아니 슬리퍼로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축구 예선경기 같은 데에서 북한과 일본이 격돌하면 무조건 북한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어제의 선함이 오늘의 선함을 뜻하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은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되는 세상의 무상함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다.

신 : 국제관계는 냉정한 현실의 세계입니다. 일본과 싸워야 할 때는 가차 없이 싸워야 하고, 이용해야만 할 때는 우리 입장에서 일본을 지능적으로 이용해야만 합니다.

 

제가 잠시 미국 정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교대로 정권을 차지하는 대표적 양당제 국가입니다. 저는 솔직히 토로하자면 공화당과 민주당 중 후 자 쪽에 더욱 친근감을 느껴왔습니다. 최근에는 그 색깔이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서민과 노동자의 이해를 옹호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공 : 미국에서는 자유주의가 곧 진보주의라 민주당이 진보정당 역할을 담당하더라고요.

 

신 :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인륜적이고 반문명적인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노예주들의 정당이었다는 부끄러운 흑역사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경과하고, 노예제를 찬성한 과오에 대한 사과가 쌓이고 반성이 거듭되면서 민주당은 흑인들을 비롯한 유색인종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화당이 민주당을 겨냥해 별의별 욕을 다할지언정 “노예주 후손들의 정당”이라는 손가락질만은 함부로 하지를 못합니다. 저는 세상은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치에서는 영원한 선도 없고, 완전한 악도 없다고 믿습니다. 과거에 아무리 승승장구했어도 초심을 잃고서 부패하고 나태해지면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필연적으로 받기 마련입니다.

 

미국의 인기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에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악관 비서실장이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대를 위해 소를 버리는 일화가 등장합니다. 비서실장은 젊은 시절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그가 탑승한 군용 헬기가 전군의 공격을 받아 격추되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서 적진 한가운데 낙오하고 맙니다. 하지만 동료 병사가 자기의 생명까지 아울러 위태로워지는 사태를 감수하면서 그를 도와준 덕분에 아군에게 무사히 구출됩니다. 그런데 생명의 은인인 전우가 나중에 무기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해 엄청나게 부정한 범죄행위에 연루되자 백악관 비서실장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그를 단죄하는 데 앞장섭니다. 이 에피소드는 울림이 큰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공 : 어떤 교훈을 시사하고 있나요?

 

신 : 선했던 인간이 죄악의 구렁텅이게 빠지면 더 빠른 속도로 악에 물든다는 메시지입니다.

 

공 : “구악이 신악을 뺨친다”는 뜻이네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는 우리나라 전래속담이 그래서 나온 모양입니다.

 

신 : 과거에 의로웠다는 사실이 현재와 미래에도 여전히 정의로울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어제의 선행이 오늘 저지른 범죄의 면죄부 역할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잘못한 일이 있으면 어느 누구라도 거기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예외 없이 명백하게 져야만 한다는 냉엄한 진리를 「웨스트 윙」은 시청자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있었습니다.

 

공 : 정치인 같은 공인에게 까방권, 즉 까임 방지권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말씀이네요. (⑤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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