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준호① “천정배의 좌절은 예정돼 있었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7-31 15:58:10

기사수정
  • 천정배 전 의원의 경륜과 개혁성은 왜 외면당했나
여당의 초재선 의원들이 대전을 위시한 중남부 지방이 심각한 수해를 겪는 와중에 몹시 즐거운 표정으로 단체로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가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런데 사진에 등장하는 집권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되레 큰소리를 쳐대며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변화는 사회 다른 분야의 발전 속도에 항시 뒤처지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나머지 모든 영역에서는 오래전에 지나간 세기말적인 퇴폐적 분위기가 여의도 정치권에는 이제야 가득하다. 필자는 뼛속까지 오만함과 특권의식이 배어 있는 여당 초재선 의원들이 그려낸 기괴하고 세기말적인 초상화를 목격하고서 지금은 구태로 내몰린 중진 정치인들이 풋풋한 초선 의원이었던 날을 자연스럽게 회상하게 됐다. 초선이었을 당시의 그들은 최강욱의 적반하장도, 황운하의 내로남불도, 박주민과 이재정의 영악한 ‘쇼통’도 없었다. 금배지의 무거운 책임감을 절감하며 낮은 다세로 선량의 의무를 다하려 애썼다.

천정배 전 의원은 그토록 겸손하고 유능했던 옛 초선 의원의 한 사람이다. 천정배의 겸손함과 유능함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천정배는 왜 삼성그룹 임원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에게 올해 총선에서 완패했을까? 천정배 전 의원 본인의 입을 통해 그 정확한 진상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준호 변호사가 천정배의 내재적 관점에서 지난 몇 년간의 호남 정치를 복기하겠다고 흔쾌히 자청해왔다. 소심한 범생이 스타일일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시원시원한 상남자 면모를 과시한 정준호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2020년 7월 30일 목요일 오후, 서남투데이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가 될 것이라는 국민들과 정치전문가들의 예측이 여지없이 적중하는 분위기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초선 의원들이 공천권을 장악한 당 지도부를 위한 그야말로 “영혼 없는 돌격대”가 되어 참다운 국리민복과는 관계없는 이판사판식의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한때 아기였던 것처럼, 모든 국회의원들은 초선 의원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 시절에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개혁성과 참신함을 보여줬습니다. 천정배가 잃어버린 지역구 의석을 ‘구태 초선’으로 불러도 괜찮을 식상한 인물이 대신 차지하면서 한국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실망감만 한층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참신함에서도, 개혁성에서도 여전히 발군일 천정배 전 의원이 올해 총선에서 낙선함으로써 우리나라 제도권 정치에 적잖은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천정배의 공백이 초래한 정치권의 손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천정배는 정치를 시작한 다음에도 개혁적이었다


정준호 변호사는 시원하고 직설적 어조로 천정배 전 의원에 대한 견해를 피력해나갔다. (사진 김대희) 

정준호 : 진보진영 정치인들 가운데 경륜과 개혁성을 겸비한 인물을 사람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경륜과 개혁성을 양수겸장으로 전부 갖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천정배는 올해 총선에서 힘없이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에 커다란 손실이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종걸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원대대표로 선출되자 천정배 전 의원이 “경륜과 개혁성 모두를 마음껏 발휘하시라”는 축하의 뜻을 같은 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이 전 의원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만큼 천정배 스스로에게도 경륜과 개혁성을 겸비하는 게 매우 중요한 목표이자 과제였다는 뜻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려는 정치 신인들과 정치 지망생들에게 훌륭한 사범(Mentor)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더는 원내에 머물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그가 후배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효과적으로 해내기가 대단히 힘들어졌습니다. 저는 이 점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개혁성과 도덕성과 헌신성은 정치인들의 우열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3대 지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정치인들이 거의 모두 사라졌습니다. 저는 광주로 오기 전의 천정배 전 의원이 헌신성, 도덕성, 개혁성 전부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흔하지 않은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더욱이 천정배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서 과감한 결단이 요구될 때마다 미련 없이 결단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를테면, 천정배가 2002년의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일은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단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의 586 세대 정치인들은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경력을 자신들이 지닌 개혁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천정배는 정치권에서 실제로 활동한 기록을 통해서 스스로의 개혁성을 증명해왔습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 개혁적이었던 인사들은 많습니다. 반면에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에 개혁적인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천정배는 제도정치에 입문한 다음에도 변함없이 개혁적이었던 아주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천정배는 호남 2세대 정치인의 대표주자

 

정준호 변호사는 천정배의 부재가 3세대 정치인의 성장을 지체시키는 사태를 우려했다. (사진 김대희)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2016년에 창당되었던 국민의당 같은 ‘준비된 제3정당’의 활약이 더욱더 절실하게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붕괴는 천정배의 낙마로까지 결국에는 이어졌습니다. 이는 정치권 전체 수준의 손실입니다.

 

손실은 호남 정치 차원에서도 발생했습니다. 호남 정치는 크게 세 시대로 나뉠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대중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자수성가형 정치인들’의 시대입니다. 두 번째는 김대중 대통령이 발탁해 성공시킨 ‘육성형 정치인’들의 시대입니다. 천정배는 2세대 육성형 정치인의 대표주자였습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의 1세대와 천정배 전 의원의 2세대를 뒤이을 호남 정치의 3세대는 상인의 현실감각 아래 미래지향적인 정치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낼 역량을 가져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천정배는 3세대 브랜드 정치인들을 앞에서 견인하고 선도해주는 역할을 맡아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임무를 감당해야 할 단계에서 그는 쓰라린 좌절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저는 천정배가 갑자기 주저앉은 까닭에 호남 정치를 이끌어갈 3세대 정치인을 배출하는 일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호남, 즉 광주로 돌아오는 결정을 내리는 시점까지는 그의 행보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정작 광주에 온 이후에는 본인의 역할과 정체성을 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 천정배가 지금의 시련과 실패를 맞이하게 된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광주에서 만으로 5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생활했습니다. 천정배가 광주로 오기 전부터 호남 정치는 좌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천정배는 방황하는 호남 정치를 그가 공언한 바대로 확실하게 복원하기 위해 자기가 여태껏 경험해온 정치현실을 토대로 혁신적 가치의 정립에 착수해야 했습니다. 새롭고 혁신적인 가치 정립 작업의 명징한 출발점은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천정배가 직접 출마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데 그는 출마를 주저했습니다. 저는 2018년의 망설임이 2020년의 참담한 결과를 낳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호남에서는 국민의당과 그로부터 파생돼 등장한 여러 후계 정당들에 관해 다양한 평가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변변한 선거전도 치르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사실을 상기한다면 국민의당에 몸담았던 정치인들이 올해 총선에서 전멸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은 2018년에 이미 일찌감치 예정되었던 셈입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시·동반위·신용카드재단 맞손…소상공인 소비 촉진 50억 지원 서울시가 동반성장위원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손잡고 소비 진작을 통한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나선다.이들 기관은 17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출연한 50억 원의 기금을 활용해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장 이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페이 플랫폼을 통한 상품권 지급 등 사업을 총괄..
  2. 추미애 경기도지사, 추석 맞아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 방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여주시 소재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을 방문해 시설 운영 현황을 살피고 명절 연휴에도 헌신하는 종사자들을 격려했다.이 날 추 지사는 변현구 시설장 등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시설 운영에 따른 고충을 경청하고, 돌봄 현장에 필요한 지원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추 지사는 “아이들이 .
  3. 인천시, 추석 앞두고 수산물 원산지 거짓 표시 등 16개 업소 적발 인천광역시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여 총 16개 업소를 적발했다.이번 기획수사는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시와 수산기술지원센터, 군·구 합동으로 실시됐다. 이는 제수용·선물용 수산물 소비 증가에 대비해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
  4. 산업통상부 무역위, 중국산 H형강·봉강 덤핑 조사 결과 발표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9월 17일 제477차 위원회를 개최하여 중국산 H형강과 봉강에 대한 덤핑 조사 및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심의·의결했다.위원회는 중국산 H형강 덤핑 조사에 대해 최종 긍정 판정을 내렸다. 이 날 위원회는 현재의 덤핑방지조치가 종료될 경우 국내 산업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위원회...
  5. 경제 전망 다시 비관론 우세…`좋아질 것` 27%·`나빠질 것` 42%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42%로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27%를 크게 앞섰다.한국갤럽이 9월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좋아질 것`은 27%, `비슷할 것`은 26%로 집계됐다.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응답과 부정적..
  6. 산업통상부, EU 新통상 규제 속 우리 기업 부담 완화 및 협력 강화 추진 산업통상부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와 고위급 협의를 갖고 산업가속화법(IAA),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이번 방문은 지난 9일 산업부 장관과 세주르네 EU 수석부집행위원장 간 면담의 후속 조치다. EU의 규제 입법 및 세부 이행 기준 마련 과정에서 우리 .
  7. 현대건설, 100MW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국책과제 수행 현대건설이 차세대 수전해 플랜트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추진하는 100MW 이상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기술 개발 국책과제에 18일 참여한다.최근 재생에너지 활용과 플랜트 표준화가 수전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건설은 이번 과제를 통해 대규모 수소 생산 시스템 통합 역량을 확보하고 시장 대응력...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