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낙연의 ‘이회창 블루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7-20 17:14:24

기사수정
  • 소신이 된 차별화, 배신이 된 차별화

소신이 된 이회창의 차별화

 

이회창이 감행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어떨 때는 소신으로 칭송됐고, 어떨 때는 배신으로 비판받았다. 이미지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선거 포스터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사이의 평행이론을 주장하는 호사가들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때 이른 대세론에 도취한 나머지 지나치게 몸을 사리다 지지율을 야금야금 까먹어온 이낙연 의원의 모습이 역시나 대세론에 안주하며 변화와 혁신을 고집스레 회피하다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차가운 미역국을 마셨던 이회창 전 총재가 걸어간 실패의 궤적을 너무나 정확히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낙연과 이회창을 동급으로 취급하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버럭할까? 필자는 후자 쪽이 느낄 불쾌감이 오히려 클 것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정치인 이회창은 한국사회 주류 중의 주류이자 대표적인 귀족형 정치인이었으되 현실 정치인으로 나선 다음에는 온실 속 화초에만 머물지는 않은 연유에서이다.

 

이회창도 이낙연처럼 국무총리를 지냈더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를 초래한 무능한 통치자로만 기억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이겠으나, 문민정부 초반기의 YS의 인기와 기세는 출범 초기의 문재인 정부조차 부러워할 정도였다. 김영삼은 군사쿠데타의 온상이었던 하나회 군벌을 전격적으로 숙청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도입해 권력을 이용해 축재에 몰두해온 부패한 탐관오리들과 부도덕한 정치인들에게 철퇴를 가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없었더라면 국민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전형적인 강남부자임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위시한 문재인 정권의 고관대작들이 강남에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줄줄이 가진 사실도 인민대중은 몰랐으리라. 더욱이 YS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남한경제의 고질병인 독버섯 같은 지하경제에 확실하게 밝은 태양빛을 비췄다. 업적과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김영삼 정부는 얄팍한 감성정치와 시대착오적 유훈정치가 양축을 이룬 이른바 쇼통을 빼고는 지난 3년 동안 한 일이 별로 없는 문재인 정부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엄청나게 성공한 정권이었다.

 

그런 전성기 시절의 김영삼 전 대통령 앞에서 이회창은 발칙하게도, 무엄하게도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이제껏 대통령의 고유하고 신성한 업무로 관행처럼 간주돼온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도 헌법에 규정된 대로 총리의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당차게 선언했다. 김영삼은 이회창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회창은 국무총리로 임명된 지 넉 달이 조금 경과한 시점에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해임되었다.

 

이때의 사건은 정치인 이회창의 시세를 급상승시켰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90퍼센트까지 올라간 대통령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과의 명분 있는 싸움이야말로 국민들이 열광하는 감동적이고 원칙 있는 차별화였다.

 

배신이 된 이회창의 차별화

 

그로부터 3년 반 후에 이회창은 김영삼과의 차별화를 또다시 모색하게 된다. 그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신분이던 때였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사태가 YS 마스코트 구타 소동이다.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다짐하는 필승 결의대회에서 이회창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몇몇 당원들이 김영삼을 상징하는 인형을 마구 때리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이다.

 

2차 차별화는 1차 차별화와 달리 철저하게 실패했다. 왜냐? 차남은 구속되고, 나라경제는 결딴나고, 그를 따르던 상도동계는 뿔뿔이 흩어진 까닭에 완전한 레임덕 상태에 직면한 힘 빠진 YS를 대상으로 구사한 차별화였던 탓이다. 정치도의도 실종되고, 득표효과도 미미한 이와 같은 기회주의적이고 정치공학적 차별화는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이낙연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건 필연이다. 미구에 일어날 예정된 미래다. 그러므로 이왕 감행해야만 할 차별화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군림하는 지금이, 친문세력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이 이낙연이 문재인과의 원칙 있는 차별화를, 감동적인 차별화를, 그리하여 이기는 차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자, 타이밍의 기술이다. 이낙연이 내년 하반기에나 들어서 청와대와의 차별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한다면 그의 차별화는 YS 마스코트 구타 사건을 연상시키는 기회주의적이고 정치공학적인 차별화로 귀결될 뿐이다.


이낙연은 주류의 화신이자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이회창조차 내뿜었던 야성적인 진취적 도전정신을 국민들에게 증명한 적이 없다. 이낙연이 현재까지 쌓아올린 승리의 금자탑이라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약체 야당대표일 황교안을 상대로 올해 4월 총선에서 누리꾼들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양민학살에 성공한 게 전부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모사들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대통령 선거는 승부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간이다. 살아있는 권력과의 차별화, 승부사라면 절대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선택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시·동반위·신용카드재단 맞손…소상공인 소비 촉진 50억 지원 서울시가 동반성장위원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손잡고 소비 진작을 통한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나선다.이들 기관은 17일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출연한 50억 원의 기금을 활용해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장 이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페이 플랫폼을 통한 상품권 지급 등 사업을 총괄..
  2. 추미애 경기도지사, 추석 맞아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 방문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여주시 소재 장애아 거주시설 ‘여주천사들의집’을 방문해 시설 운영 현황을 살피고 명절 연휴에도 헌신하는 종사자들을 격려했다.이 날 추 지사는 변현구 시설장 등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시설 운영에 따른 고충을 경청하고, 돌봄 현장에 필요한 지원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추 지사는 “아이들이 .
  3. 인천시, 추석 앞두고 수산물 원산지 거짓 표시 등 16개 업소 적발 인천광역시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에 맞춰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여 총 16개 업소를 적발했다.이번 기획수사는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시와 수산기술지원센터, 군·구 합동으로 실시됐다. 이는 제수용·선물용 수산물 소비 증가에 대비해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
  4. 산업통상부 무역위, 중국산 H형강·봉강 덤핑 조사 결과 발표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9월 17일 제477차 위원회를 개최하여 중국산 H형강과 봉강에 대한 덤핑 조사 및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심의·의결했다.위원회는 중국산 H형강 덤핑 조사에 대해 최종 긍정 판정을 내렸다. 이 날 위원회는 현재의 덤핑방지조치가 종료될 경우 국내 산업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위원회...
  5. 경제 전망 다시 비관론 우세…`좋아질 것` 27%·`나빠질 것` 42%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42%로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27%를 크게 앞섰다.한국갤럽이 9월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좋아질 것`은 27%, `비슷할 것`은 26%로 집계됐다.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응답과 부정적..
  6. 산업통상부, EU 新통상 규제 속 우리 기업 부담 완화 및 협력 강화 추진 산업통상부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와 고위급 협의를 갖고 산업가속화법(IAA),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이번 방문은 지난 9일 산업부 장관과 세주르네 EU 수석부집행위원장 간 면담의 후속 조치다. EU의 규제 입법 및 세부 이행 기준 마련 과정에서 우리 .
  7. 현대건설, 100MW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국책과제 수행 현대건설이 차세대 수전해 플랜트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추진하는 100MW 이상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기술 개발 국책과제에 18일 참여한다.최근 재생에너지 활용과 플랜트 표준화가 수전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건설은 이번 과제를 통해 대규모 수소 생산 시스템 통합 역량을 확보하고 시장 대응력...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