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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쿠스 등장하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6-22 17: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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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으로 산 황금만능의 리더십 : 크라수스 (5)

독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노동계급의 해방을 위해 투쟁한 치마 입은 스파르타쿠스였다. (사진 : 맑시스트닷컴)크라수스가 어떤 사람을 귀감(Role Model)으로 삼으며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기록이 없다. 그가 자신이 닮고 싶은 인물에 관해 특별한 언급을 남기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크라수스는 본인이 후세에 하필이면 노예 출신의 검투사인 스파르타쿠스의 연관검색어가 될 줄은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그런데 스파르타쿠스가 없었으면 역설적으로 크라수스도 없었다. 크라수스는 스파르타쿠스가 주도한 노예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군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던 이유에서이다.

 

로마는 본질적으로 무수한 정복전쟁을 쉬지 않고 치르며 성장발전한 군국주의 국가였다. 군사적 업적이 빈약하면 정치인으로서 대성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스파르타쿠스는 노예들에게 해방의 비원을 이뤄주지는 못했지만, 크라수스에게는 넓은 출셋길을 열어준 셈이었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 흐르게 하면 언젠가는 자기 눈에서도 피눈물 흐르는 법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는 엉뚱한 놈들 좋은 일만 시켜주기 일쑤다. 서양사에서는 스파르타쿠스라는 이름과 관련해 이와 같은 교훈이 두 차례 뚜렷이 관찰돼왔다.

 

첫 번째 경우는 기원전의 고대사에서다. 크라수스는 스파르타쿠스를 따르는 무수한 노예들을 산 채로 십자가에 못 박았다가, 나중에 파르티아 왕국과의 전쟁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노예들의 반란을 분쇄했다는 공적이 그로 하여금 더 큰 승리에 대한 야망을 품게 만든 까닭에서였다. 크라수스의 불의의 비참한 최후는 카이사르에게 상대적으로 만만한 폼페이우스와 일대일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줬다.

 

두 번째 경우는 20세기 현대사에서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독일의 수도 베를린 지역을 중심으로 스파르타쿠스단의 봉기가 일이나자 사회민주당 정부는 무력을 동원한 유혈 강경진입에 나서 로자 룩셈부르크와 칼 리프크네히트를 비롯한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다.

 

사민당과 공산당은 순망치한의 관계였다. 그로부터 겨우 10여 년 후, 히틀러의 나치당은 이제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돼버린 두 거대 좌파 정당들을 손쉽게 각개격파했다. 히틀러 정권이 돌격대와 게슈타포를 내세워 사민당을 탄압하기 시작하자 사민당에 박해받았던 공산당은 뒤편에서 기쁨의 물개박수를 치기에 바빴다.

 

다시 본론인 로마 공화정 말기로 돌아가자. 미국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1960년에 개봉된 대작영화 「Spartacus」에서 커크 더글러스가 연기한 스파르타쿠스가 로렌스 올리비에가 그 역할을 맡은 크라수스와 마치 서로 구면인 사이인 것처럼 암시하였다. 물론 이는 극적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의 설정이고 각색일 따름이다. 스파르타쿠스는 실제로는 렌툴루스 바티아투스가 카푸아에서 운영하는 검투사 양성소에 소속돼 있었다.

 

검투사들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운명이었다. 그들은 생명과 자유를 맞바꾼 자들이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모진 매질과 채찍질 아래 시달리며 하루 종일 싸움의 기술을 익혀야만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검투사들이 자유를 얻는 길은 오로지 죽음뿐이었다.

 

바티아투스의 검투사 양성소는 훈련 방법이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았고, 살인기계로 원치 않게 길러진 검투사들 가운데 정확히 78명이 배신자의 밀고에도 불구하고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플루타르코스는 이때 탈출한 검투사들이 갈리아와 트라키아 지방 태생의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묘사하였다. 이는 그들이 전쟁포로였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자유를 아는 몸들이었다.

 

멀쩡한 사람을 야수 반, 괴물 반의 무시무시한 존재로 주형해내는 인간 거푸집에서 기적적으로 빠져나온 검투사들은 검투사용 병장기들을 싣고 지나가는 짐수레를 도로에서 때마침 우연히 발견하고서 이를 탈취해 그제야 무기다운 무기로 무장하게 되었다. 그들은 몽둥이나 쇠꼬챙이 같은 잡다한 도구들을 급한 김에 아무거나 부여잡고 무작정 봉기한 터였다.

 

반란의 지도자로 떠오른 스파르타쿠스는 힘과 용기에 더해 지혜까지 갖추고 있었다. 플루타르코스는 그를 트라키아의 유목민 집안에서 태어난 사나이로 소개하였다. 스파르타쿠스는 원래는 자유인이었으며, 더욱이 말도 탈 줄 알았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말을 탈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장점이었다. 산업혁명 이전의 농경시대에 말은 유용한 운송수단인 동시에 위력적인 전략자산이었다.

 

스파르타쿠스는 기혼자였다. 그가 부인과 함께 로마로 끌려왔는지, 아니면 검투사로 활동하다가 결혼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 확실한 사실은 스파르타쿠스는 다른 전형적 노예 신분의 검투사들과 달리 가족을 거느리는 일이 허락될 정도로 상당한 자유를 누린 직업적 검투사였다는 점이다. 그는 레닌의 어법을 빌려 표현하면 인텔리겐치아 계급으로 분류되는 검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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