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트루먼과 문재인은 이렇게 달랐다
  • 공희준
  • 등록 2020-02-26 14:38:29

기사수정
  • 박근혜와 문재인 (2)

트루먼은 어떻게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나


트루먼(사진 가운데 양복 입은 인물) 대통령은 당대 미국 사회 최고의 ‘셀럽’이었던 맥아더 원수가 군부에 대한 문민통제의 원칙에 도전하자 그를 단호히 해임하는 결단력을 과시했다.“The buck stops here!”


“내가 다 책임진다”는 의미의 영어 문장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뒤를 이어 미합중국의 제33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해리 트루먼은 위에 적힌 문구를 백악관 집무실 안에 놓인 자기 책상 위에 임기 내내 붙여놨다고 한다.


해리 트루먼 이후로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력이 아닌 매력으로 승부한 로널드 레이건조차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트루먼은 현역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에는 대중들 사이에 무척이나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 1948년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부분의 언론매체와 여론조사 회사들이 트루먼의 패배를 예측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러므로 트루먼에게 “우리 머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무조건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맹목적 추종자들이 존재할 턱이 없었다. 그로 말미암아 트루먼은 그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 대해 오롯이 혼자서 책임을 져야만 했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 서유럽을 대상으로 마셜 플랜 수행, 중국의 국공내전에 불개입 선언, 소련을 겨냥한 봉쇄정책 채택. 한국전쟁 참전. 맥아더 원수 전격 해임. 대통령 선거 불출마로 야당인 공화당 소속의 아이젠하워 집권 사실상 용인.


지구촌의 진로와 세계인의 운명을 바꿔놓은 이러한 굵직굵직한 결정들의 주역이자 책임자였던 트루먼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1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군의 일원으로 유럽 전선에 포병장교로 참전한 경우를 빼면 외국에 거의 나가본 적이 없는 무명의 미주리 촌놈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화려한 경력도 없었고, 현직 대통령으로 활동할 무렵에는 열광적 지지층도 없었으며, 대통령에서 퇴임한 다음에는 “트루먼 장신을 계승하겠다”며 요란하게 설쳐대는 직계세력도 없었던 이 미주리 태생의 듣보잡 출신 통치자에 관한 미국인들의 평가는 일반인과 전문가를 막론하고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호의적이고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이는 트루먼이 추진한 정책이 모두 성공해서가 아니었다. 트루먼이 한 선택이 전부 옳아서도 아니었다. 트루먼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 결정적 이유는 위대한 정치지도자로서 반드시 행동에 옮겨야만 할 두 가지 책무를 그가 매번 정확히, 적시에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는 바로 결단과 책임이었다.


한국은 어떻게 선장 없는 배가 되었나


방역팀이 2월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앞에서 방역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은 필자 촬영)

지도자(Leader)와 실무자(Staff)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덕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리더는 결단이라는 가시 박힌 십자가를 지고서 책임이라는 무거운 바윗돌을 굴려 올리는 인간이다. 실무자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그냥 성실하고 꾸준하게 일만 하면 충분한 사람이다.


필자는 남한에서 제대로 된 정치적 리더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원인을 단지 정치인들로부터만 찾고 싶지 않다.


정치인, 범위를 특정하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본질적으로 일꾼 구실이 아닌 지도자의 짐을 떠맡아야 정상이다. 허나 한국의 평균적 유권자들은 이른바 “일 잘하는 정치인들”만을 선호하고, 정치인은 대중의 이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편견과 선입관에 비겁하게 영합해 스스로를 결단하고 책임지는 리더가 아닌, 일선에서 자잘한 업무들을 처리하는 중하위급 실무자 정도로 자발적으로 격하시켜왔다.


그 결과 한국은 어떤 나라가 됐는가? 뭔가는 다들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된 일도 없고, 바뀐 것도 없는 ‘쳇바퀴 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근시안적인 ‘일꾼 프레임’이야말로 좁게는 정치권을, 넓게는 사회 전 분야에서 결단하고 책임지는 리더를 실종시킨 진짜 원흉인 셈이다.


리더가 사라진 자리는 그럴싸하게 기획, 연출, 포장된 이미지만이 전부인 유명인 또는 인기인들이 채워왔다. 그럴싸하게 기획, 연출, 포장된 이미지로 벼락출세한 저들 유명인 또는 인기인들이 중요한 국가적 문제들과 관련해 결단하고 책임질 리 만무하다. 21세기 한국정치는, 남한사회는 이렇게 선장 없이 표류하는 배가 되어갔다.


케네디 또한 트루먼처럼 결단하고 책임지는 지도자형의 인물이었다. 케네디 신화는 그가 피그만 침공 실패 사태를 명징하게 인정하고 책임진 사례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 국면에서 단호하게 결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만약에 케네디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실질적으로 주도한 피그만 침공 작전이 실패하자마자 “안타깝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고 가정해보자. 케네디가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사령탑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무책임하게 떠넘긴 채 며칠 동안 국민들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상상해보자. 지금쯤 케네디는 대공황을 초래한 후버와 함께 가장 무능하고 형편없는 역대 미국 대통령 1위 자리를 다투고 있을 게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루먼의 책임감도, 케네디의 결단력도 보여주지 못해왔다. 그를 맹종하는 극렬 지지자들이 서민경제의 총체적 붕괴 현실을 조금은 자극적 표현으로 대통령 면전에서 비판한 한 반찬가게 주인에게 가히 패륜에 가까운 사이버 테러와 인신공격을 잔인무도하게 퍼부은 데 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안타깝다”는 게 다였다. 도대체 뭐가 안타깝다는 뜻인가? 혹시 소위 문빠들이 더 모질고 지독하게 피해자를 겁박하고 물어뜯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말씀인가?


대통령 본인이 책임져야 마땅할 상황이 빚어질 때마다 문 대통령은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슬그머니 언죽번죽 돌아가곤 했다. 결단하고 책임지는 과업을 본연의 사명으로 삼는 참다운 리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문재인 특유의 능수능란한 처세술이었다. 그는 책임감 있는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필요할 때마다 엉뚱하게 개인적 처세술을 구사하며 순간의 어려움을 당장 모면하는 데만 열중해왔다. (③에서 이어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LH, 서울 도심복합사업 첫 철거 착수…민간 대비 8년 빠른 속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속도가 가장 빠른 방학역 지구에서 첫 철거를 시작하며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LH는 21일 방학역 복합지구가 후보지 지정 5년 만에 철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LH가 도심 내 신규 주택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도심복합사업을 본격...
  2. 원유 수급 안정화 위해 다변화 원유 수입부과금 환급 한도 확대 정부가 원유 수급 안정과 중동 의존도 완화를 위해 다변화 원유에 대한 수입부과금 환급 요건을 완화하고 환급 한도를 확대한다.정부는 23일 제6차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다변화 원유 수입부과금 환급 요건을 완화하고 환급 한도를 높이기로 의결했다. 이번 위원회는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
  3. 한국씨티은행, 차기 행장에 김경호 기업금융그룹 부행장 단독 추천 한국씨티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22일 회의를 개최하고, 김경호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임추위는 김경호 후보의 중장기 경영 비전과 전략, 대내외 소통 및 리더십 역량, 경영 역량과 전문성, 금융산업에 대한 통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선정 배경을...
  4. 국토부, 외국인 부동산 거래 기획조사 실시…위법 의심 840건 집중 점검 국토교통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위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23일 외국인 부동산 기획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국토부는 2025년 6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신고된 전국 주택·비주택·토지 거래 중 위법 의심 사례 840건을 선별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8월 시작돼 올 12월까지 진행되며, 연말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이 날 실시한 조.
  5. LH, 용인 반도체산단 조성공사 심사 방안 확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3일 예정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1공구 조성공사 사업계획서 심사를 앞두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 심사 방안을 22일 공개했다.LH는 지난 21일 사전설명회를 열고 해당 사업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 후보자 구성 현황을 소개했다. 이번 심사를 위해 LH 기술자문위원회 위원 254인과 타 ..
  6. 사이버한국외대, 가을축제 CUFESTA 성료… 시공간 제약 넘은 휴먼 터치 입증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사이버한국외대, 총장 문휘창)는 지난 9월 19일(토) 대학 사이버관 일대에서 추계 대학 축제 ‘2026 CUFESTA’를 성료했다.사이버한국외대 제20대 총학생회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하모니(Harmony)’를 핵심 주제로 삼았다. 특히 이번 행사는 평소 온라인을 기반으로 수학하던 구성원들이 바쁜 일과를 쪼.
  7. 관세청, 8월의 마약단속왕에 서울세관 김미나 주무관 선정 관세청은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악용한 지능형 마약 밀수 사범을 검거한 서울세관 김미나 주무관을 23일 8월의 마약단속왕으로 선정했다.김 주무관은 대마 카트리지 등 4종의 마약류를 밀수한 범인을 4개월간 추적했다. 구매부터 수취에 이르는 범행 전 과정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이 날 김 주무관은 수사 초기 피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